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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겨울 도랑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06월 27일(금) 14:44

↑↑ 시골의 겨울 도랑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고향은 겨울에도 그곳에서 도랑은 존재한다. 이를 겨울 도랑이라 부르자. 겨울 도랑은 사람 주변에서 비록 추운 계절이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자연경관이다. 논밭에 딸리어 있는 도랑이 없어서는 물을 이용할 수 없기에 추운 계절에도 겨울 도랑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사람과 더불어 자연으로 그곳에 오롯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겨울이라도 도랑의 물은 자연으로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도랑도 그냥 도랑이 아니라 추운 겨울 도랑이다.

집 앞으로 흐르는 새보 겨울 도랑은 둑이 낮아서 잘 얼어버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겨울이지만 새벽 네 시면 동해남부선 부산으로 떠나가는 첫 기차 기적소리 듣고 아버지 성화로 잠이 깬다. 게다가 사하촌 윗동네 구정동 두 교회에서 경쟁하는 것처럼 새벽 종소리를 울려 주어서 겨울 아침을 온전히 시작한다.

새보 겨울 도랑에는 물이 얼어서 아예 아버지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도끼를 준비하고 밑 넓은 세숫대야와 박 바가지, 삼베 수건도 챙겨 들었다. 새벽 네 시이지만 손이 시려도 얼어 있는 겨울 도랑의 얼음을 깬다. 박 바가지로 얼음장 밑의 찬물을 세숫대야에 퍼 담는다. 물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이 너무 시리다. 겨우 고양이 세수하고 삼베 수건으로 낯을 훔친다. 사실 세수라는 절차만 거친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논둑 서너 개를 지나면 중보 봇머리나 허리께로 간다. 그곳 겨울 도랑은 둑이 깊고, 물의 양이 많아서 빨리 흘러 잘 얼지 않는다. 도랑둑에는 버들가지들이 나목으로 관병 하듯 둘러서 있다. 간혹 바람이 일면 물속 새파란 말과 물부리도 파르르 떠는 것처럼 보인다.

겨울 도랑에 병원 링거병으로 고기 통발을 만들어 저녁에 던져두었다가 새벽에 빈 양동이 들고 버들치를 수거하러 간다. 유리 통발 스무 개로 빈 양동이 가득 채운다. 일부는 반찬으로 하고, 얼른 사하촌 윗동네에 들고 가서 팔면 겨울에도 짭짤한 수입이 생긴다. 자연 도랑물에 살던 버들치는 우리에게 나포당하였다.

중보 봇머리 겨울 도랑에도 눈이 내린다. 눈은 흐르는 물 위에 떨어지면 바로 녹아서 언제 눈이 왔느냐고 묻는다. 총천연색 털을 가진 물총새도 먹이 물어다 제 새끼에게 먹이느라 우리 눈치 본다. 처량할 줄 알았던 겨울 도랑에도 이렇게 그 구성원들이 부지런히 살아 움직이어 주어서 조용한 경관을 만들 줄 안다.

겨울 도랑에 청둥오리들이 푸른 하늘에서 잠시 쉬려 내려앉는다. 청둥오리 그렇게 가까이서 보았다. 귀가 밝아서 그런지,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잘 알아차려서인지 가까이 다가가면 금방 날아오르고 만다. 겨울 도랑에 버들치 잡아서 엄마의 반찬거리를 챙긴다. 그것이 그 시절 가장 효도하는 일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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