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6-27 오후 03:28:2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사설
전체기사
뉴스 > 사설
황리단길, 일시적 유행 아닌 지속가능한 문화유산 거리로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06월 27일(금) 14:46

경주 황남동 황리단길10년에 걸친 고도 재생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문화거리로 도약했다.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과 현대 감성을 품은 상점들이 어우러진 이 거리는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5년부터 진행된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은 총 719억 원의 예산 중 경주시에만 290억 원 이상이 투입돼 858건에 달하는 전통 건축물 및 경관 정비가 이뤄졌고, 그 정점에 황리단길이 있다.

이제 경주시는 오는 10월 제32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황리단길의 변화상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모한 황리단길은 역사문화 도시 경주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변화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도 존재한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현상이다. 한때 서울의 명소였던 경리단길과 가로수길처럼, 황리단길도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 동종 업종의 과도한 경쟁 등으로 인해 기존 상인들이 떠나고 있다. 임대료는 수년 새 최고 30배 가까이 치솟았고, 포화 된 상권은 수익성 악화를 부르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지역 자영업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황리단길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 거리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시급하다.

첫째, 상생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9%에서 5%로 낮췄지만, 이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 차원의 임대료 안정화 프로그램, 공공이 운영하는 안심상가 도입, 장기 임대계약 유도 등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신뢰 구축과 상생문화 조성이 황리단길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둘째, 특화된 상업 콘텐츠 육성이 중요하다. 현재 황리단길은 카페, 빵집, 공방 등 유사 업종이 난립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업종으로의 편중은 시장의 포화 상태를 초래해 경쟁을 격화시킨다. 지역 문화와 결합한 독창적인 콘텐츠 개발, 전통공예, 예술, 미디어, 체험형 관광자원 등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 청년 창업자를 위한 맞춤형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셋째, 교통·주차 인프라 확충은 필수다. 황리단길의 접근성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불편함도 공존한다. 주차 공간 부족과 도로 혼잡 문제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인근 공공주차장 확충, 셔틀버스 운영, 보행 친화적 도로 정비 등 지속적 인프라 개선이 요구된다. 넷째, 지역 주민 참여 중심의 운영 구조 정립이 필요하다. 황리단길의 성공은 주민 주도의 자발적 재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상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외부 자본의 유입이 늘고, 지역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주체가 되는 운영협의체 구성, 문화행사와 지역 축제의 공동기획 등 공동체 중심의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문화유산 도시 경주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황리단길은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등 주요 유적지와 인접해 있다는 독보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다. 단순 소비 중심 상권이 아닌, 문화 체험과 학습, 힐링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관광지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주시 차원의 관광 연계 프로그램 개발과 통합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

황리단길은 현재 성공의 궤도에 올라 있는 듯 보이지만, 경리단길이나 가로수길이 걸어온 쇠퇴의 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단기적 유행에 기대기보다는 장기적 안목과 정체성 중심의 발전 전략이 절실하다. 이제는 행정과 주민, 상인, 관광객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때다. 황리단길이 앞으로도 경주의 품격을 높이고, 세계인이 사랑하는 거리로 남기 위해서는 지금이 그 전환점이다. 황리단길의 오늘이 성공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주시, 미 준공 산업단지 안전 점검실시..
경주시가 APEC 성공 개최에 도시발전 사활 걸었다..
차량 화재 초기 진압한 현역 군인 감사장 받아..
동국대 경주병원, 전립선비대증 리줌 수술 도입..
최재필·정종문 시의원, 2025 상공대상 수상..
경주시가 2025 APEC 정상회의를 밝힌다..
경주상의, 2025 상공대상 시상식 개최..
경주 시내버스 입·좌석 요금 동일 통합..
민선 8기 3주년 앞둔 경주시, 성과 점검 과제 공유..
대형재난에 공동 대응 대비하는 경주시..
최신뉴스
경주시가 APEC 성공 개최에 도시발전 사활 걸었다..  
민선 8기 3주년 앞둔 경주시, 성과 점검 과제 공유..  
경주 시내버스 입·좌석 요금 동일 통합..  
최재필·정종문 시의원, 2025 상공대상 수상..  
경북도-경주시, 지역관광 미래 비전 논의..  
경주에서 세계종합격투기대회 열린다..  
동국대 경주병원, 전립선비대증 리줌 수술 도입..  
경주시 보건소, 대한적십자사 회장 표창 수상..  
경주상의, 2025 상공대상 시상식 개최..  
경주시가 2025 APEC 정상회의를 밝힌다..  
경주 원도심 청년 창업으로 활력 찾는다..  
경주시청 7급 조혜원 씨, 건축사 시험 최종 합격..  
APEC 대비 영문판 경주 시정 소식지 발행..  
차량 화재 초기 진압한 현역 군인 감사장 받아..  
대형재난에 공동 대응 대비하는 경주시..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