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가 2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린다. 그것도 서울이나 부산이 아닌,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린다. 이는 국제 외교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의 품격, 그리고 지방이 가진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 1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위원회가 경주를 방문해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외교부, 경북도, 경주시 등 관련 기관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해 회의 장소와 주요 인프라를 함께 둘러보았다. 우 의장은 “이번 APEC은 대한민국의 외교력을 보여주는 무대인 동시에, 지방 도시의 가능성과 품격을 세계에 선보이는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정상회의가 서울 중심의 외교 무대에서 벗어나, 지역 분권과 균형발전의 상징으로서 경주가 선택됐음을 의미한다. 경주는 이미 오랜 역사와 문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도시로서 국제행사를 치를 인프라와 상징성을 갖춘 도시다. 다만,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현장에서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가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창이라는 각오로 APEC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민 참여, 의료, 교통, 경관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기초 인프라 확충에는 한계가 있으며, 국가 차원의 전폭적 재정 지원 없이는 행사 품격을 높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APEC 준비 예산 중 일부는 1차 추경을 통해 숨통이 트였지만, 여전히 응급의료센터 확충, 도시경관 개선, 대중교통 기반 확충 등 핵심 분야에 있어 미비한 점이 많다. 정상회의에 최대 2만 명의 국내외 인사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한 의료 및 안전 체계, 관광 편의시설, 교통연계망 등 하드웨어적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일영 의원을 비롯한 APEC 특위 위원들도 이번 회의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국가 차원에서 교통, 숙박, 홍보, 안전 전반을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의원은 “APEC 회의는 약 7조 원 규모의 경제외교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로,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점검에 나섰다”며 초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이는 APEC이 단지 회의장 안에서 끝나는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지방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주 시장 역시 "APEC이 단발성 행사가 아닌 '포스트 경주'로 이어져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정책 연계와 장기 비전을 함께 준비할 것을 강조했다. 경주시의 이러한 호소는 일회성 예산지원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국제행사의 수준 높은 준비를 위해 국가가 책임 있게 동반자 역할을 해달라는 절박한 요청이다. 특히 경주처럼 관광·문화 기반은 탄탄하나 교통·의료·편의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지역의 경우, 정상급 행사를 유치한 만큼 이에 걸맞은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상회의 이후를 준비하는 ‘포스트 APEC’ 전략도 매우 중요하다. 일회성 외교 이벤트로 끝난다면 남는 것은 예산 집행과 도시의 피로뿐이다. 그러나 이 기회를 경주의 도시브랜드와 글로벌 인지도 향상, 관광·MICE 산업 발전의 모멘텀으로 삼을 수 있다면, APEC은 경주와 대한민국 모두에게 장기적인 성장의 자산이 될 것이다.
경주는 이미 경주엑스포, 불국사, 동궁과월지 등 세계인이 찾는 문화관광 자원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APEC이라는 국제행사 경험이 더해진다면, 향후 국제회의 유치와 외국인 관광객 확대 등에서 막대한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순간, 철저하고 전략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경주의 성공이 대한민국 지방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치권과 중앙정부는 진심 어린 지원과 전략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주시가 말했듯, 이번 회의는 “경주가 해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가 전체가 하나 돼 이 기회를 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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