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감또개의 향연 | ⓒ 황성신문 | |
 |  | |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 황성신문 | 시골의 풍정은 너무 한가롭다. 버드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고, 한 동네 기와집 한두 채가 삶의 자랑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살았던 시골은 억척스러운 아버지 삶의 지혜로 반농 ․ 반목수의 초가 열두 채 지어 새보에서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다. 사천여 평의 너른 밭에 작은아버지 밭과 경계로 뽕나무가, 우리 집 밭 둘레에는 버드나무, 가죽나무, 고욤나무, 느릅나무, 대추나무, 뽕나무, 감나무 등이 즐비하게 심기어져 있어 녹색인 자연 들판 속에서 살았다.
집 울타리에 찬감나무가 서너 그루 있다. 아랫집으로 가는 길바닥에 자고 나면 감꽃이 뿌려 놓은 듯 노랗게 떨어져 길바닥을 장식한다. 귀리 훼기 뽑아 감꽃 목걸이를 만들고 논다. 감꽃은 그래도 큰 축에 들어간다. 고욤나무꽃은 너무 앙증맞다. 마치 영국 신사가 쓰던 높은 작은 모자 같다.
감꽃은 왜 달리는가? 모두가 식물에서도 저마다 후세를 위해 열매를 맺는다. 감나무도 감꽃 피어 열매를 맺는다. 감에도 씨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결과가 감꽃이다. 노란색 띤 감꽃은 많이 달려 있다가 밤새 조용한 바람에도 떨어진다. 감꽃이 떨어진다는 것은 계절 알리기 위함일 게다. 그러면 모내기가 시작된다. 대신에 나는 감꽃 꽃목걸이 만들기에 바빠진다.
감꽃이 떨어지고 나면 감꽃 밑에 있던 작고 푸른 감이 오롯이 남는다. 후세를 위해 열매 맺어 주었다. 그러나 삶에서 모두가 그러하듯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여 밀려나고 말았다. 감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푸른 감을 “감또개”라고 부른다. 완전한 감이 될 때까지 붙어있지를 못하고 그만 떨어지고 만 것이다. 아버지는 감또개 흐르는 것을 보고 일갈한다. “아까운 것들, 저것이 모두 붙어있어야 가을에 붉은 감으로 익을 텐데…. 감또개로 이리 많이 흘러 버리고 마는가? 쯧, 쯧, 쯧….”감또개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혀를 차고 만다. 그러나 나는 나중에 알았다. 적당히 열매가 떨어져야 나머지 씨알이 굵어진다는 것을.
아버지의 지시대로 정월 대보름날 대추나무, 감나무, 뽕나무 등 열매를 맺는 나무마다 식생에 맞는 거름을 준다. 거름이 적어서인지 모르겠다. 푸른 감또개로 많이 흘러 버리고만 것이다. 그나마 떨어진 감또개 굵기가 어느 정도라야 감을 삭혀 팔 수도 있겠지만 워낙 작은 감또개는 그냥 썩히어 버리고 만다.
어느 정도 감이 익으면 일부러라도 그것을 따는 작업〔摘果〕을 한다. 감을 나누어서 감말랭이와 함께 상품화한 그것을 “감또개”라고 부르고 있는 곳도 있다. 고향에서는 그러한 것을 “감또개”라 하지 않는다.
감또개가 떨어질 때면 가장 바빠지는 농촌의 모내기 철이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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