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지난 7월 21일부터 전 시민을 대상으로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경기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소비쿠폰은 1인당 최대 43만 원까지 차등 지급되며,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는 최대 55만 원이 지원된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을 배려한 구조로 편성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특히 경주시는 모든 시민에게 지급하되, 신청 절차와 사용 방법 등에서 생길 수 있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상세한 안내와 민원 대응 체계를 마련해 시민 편의를 높였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야 한다. 현재 소비쿠폰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 기한도 11월 30일로 정해져 있다. 이런 제한은 자칫 농촌지역 주민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경주지역에도 안강·강동·양남 등 읍면지역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의 농협 하나로마트나 생협, 이동장터 등은 지역민의 생필품 구매를 책임지는 핵심 유통망이다. 그러나 지역사랑상품권 운용 지침에 따라 이런 곳은 사용처에서 제외돼 있어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더구나 산간 지역에 거주하거나 고령자, 장애인 등 이동이 어려운 시민들의 경우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가 제공된다 해도 실질적인 사용처 부족은 여전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주민들이 마을 단위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없는 쿠폰은 사용률이 낮아지고, 그 결과 지역 소비 촉진이라는 본래의 목적도 희석된다. 이 때문에 국회 예결위도 추경 통과 시 “읍·면지역에서 친환경농산물 판매장 등 생산자단체가 운영하는 매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부대의견을 달았다.
지역경제는 돈을 푸는 것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현장의 실정에 맞는 설계와 탄력적 운영이 동반될 때만이 정책의 온기가 시민 모두에게 전해진다. 특히 경주처럼 전통시장, 골목상권, 농촌지역이 함께 어우러진 도시에서는 정책의 미세 조정이 더욱 중요하다. 농협은 일반적인 상점이 아니라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 사회의 생필품 공급과 유통을 책임지는 공익적 성격의 사업장이다. 이런 장소에서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해야만 진정한 민생 회복이 이뤄진다.
이번 소비쿠폰이 성공하려면 접근성은 물론, 사용 편의성도 담보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유통 경로가 제한된 소외 지역을 위한 별도 보완책을 마련하고, 읍면 지역 거주민도 자발적으로 소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제도적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전국적으로 약 3천600만여 명이 신청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은 분명 내수 진작을 위한 신속한 대응이다. 그러나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경주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지역 내 소비 구조, 유통 인프라의 취약성, 소외 지역의 경제 활력 회복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12조 원 규모의 민생 추경 예산은 마중물일 뿐, 끊기지 않는 물줄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행정과 현장의 정밀한 연계가 필수다. 이번 소비쿠폰 정책이 서민경제 실생활에 유의미한 도움이 되고, 침체된 골목상권에 작은 불씨가 돼주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불씨가 꺼지지 않고 국가 경제 전체를 따뜻하게 데우는 ‘화롯불’이 될 수 있도록, 행정적 뒷받침과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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