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수탉의 호쾌한 울음 | ⓒ 황성신문 | |
 |  | |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 황성신문 | 시간을 알리는 닭 우는 소리는 시계 없던 시골에서 시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살았다. 한 동네 손목시계 차고 다니는 사람은 겨우 한둘 있을 시절이었으니 완전히 토종 아날로그 시대에 살았다. 어떤 이는 시계가 없어서 뱃속이 고파오면 꼬로~록하는 소리 듣고 “배꼽시계”라고 하여 밥을 찾아 먹고 하였다.
면 소재지에 지서가 있다. 내동면에 있는 “내동지서”라고 하였다. 곁에 작은 의용 소방서가 있다. 열두 시가 되면 소방서 아저씨가 지붕 위에 올라가서 사이렌 소리를 울렸다. 그곳의 사이렌을 우리는 “오포(午砲)”라고 불렀다.
우리 집에도 시계가 없다. 간혹 한낮인데도 수탉은 시간도 잘 몰라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니까 아버지는 “시간도 못 맞추는 쓸데없는 장~닭이로구나.”라고 하였다. 나도 덩달아 “아버지! 왜 수탉이 아니고 장~닭입니까?”라고 쓸데없는 질문을 하기도 하여 아버지 곤란하게 만들었다.
과연 수탉은 어떻게 울까? “꼬끼~오!”하고 울겠지. 왜 수탉이 그렇게 울까? 유정란(有精卵)을 낳으려면 암탉 대여섯 마리에 수탉 한 마리 정도가 있어야 한다. 수탉이 “꼬끼오”하고 우는 사연은 암탉들 사이에 “꼭 끼어”있다고 그렇게 표현한다? 암탉은 어떤 소리 낼까? “꼬오~ 꼬오~ 꼭 꼬~댁~”이라고 운다. 암탉의 택호가 “꼭~꼬댁(宅)”이라고 스스로 늘 울면서 제 택호를 말한다. 병아리는 어떻게 울까? “삐~약, 삐~약!”이라고 운다. 그것도 아주 가늘고 힘없는 소리로 삐~약 거리며 운다. 아직 어리고, 약하다고 볼품없고, 힘없이 운다.
닭은 동트기 전 새벽 네다섯 시에 운다. 닭은 시력이 약해 오후가 되면서 활동도 줄어든다. 왜 새벽에 닭이 우는가? 참새, 까마귀, 닭 등 조류는 빛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바로 조류 뇌 속에 “송과체(松果體)*”라는 피부를 통하여 들어오는 빛을 직접 느끼기에 그러하다. 즉 조류는 뇌에서 직접 빛을 감지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빛에 민감한 생활주기를 갖고 있는 동물이다.
닭은 실제로 빛을 차단하는 공간에 두면 새벽이 되어도 모르고, 울지 않는다. 그러면 인간들은 무정란을 대량 생산하여 돈을 번다. 닭장 케이지에다 집어넣어 사육하면서 하루에 두 번씩이나 알 낳게 하려고 캄캄하게 만든다. 밝은 전깃불을 껐다 켰다 하여 곱절로 달걀을 생산한다. 그렇게 돈 번다. 과학적인가?
오후가 되면서 시간을 잘 모르게 수탉이 울어서 아버지는 바보 같은 수탉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엄마는 꼬끼오 수탉 소리에 힘 얻었다고 하는데 말이다.
*송과체(松果體) : 척추동물에서 볼 수 있는 내분비샘. 솔방울 과일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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