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원도심에는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두
동네가 있습니다. 바로 중부동과 황오동입니
다. 이름만으로도 시민들의 기억을 불러내는
생활공간이자, 천년 고도의 상징입니다.
중부는 ‘도시의 중심’을 뜻하고, 황오는 신
라 왕궁과 인접한 왕경의 핵심 공간을 가리
킵니다. 두 이름에는 행정 구역을 넘어선, 수
백 년 삶과 역사의 무늬가 깃들어 있습니다.
장터에 울리던 흥정 소리, 학교 앞 골목길
에 남은 어린 시절의 기억, 저녁 무렵 봉황대
광장에서 오가던 담소까지, 이 모든 풍경이
두 동네의 이름과 함께 시민들의 가슴속에
쌓여 왔습니다.
그러나 추억만으로는 현실을 버틸 수 없었
습니다. 좁고 낡은 청사는 늘어나는 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주민의 삶은 하나임
에도 행정구역은 나뉘어 있는 모순이 지속되
었습니다. 두 개 청사를 운영하는 비효율은
시민 서비스 향상에도 걸림돌이었습니다. 이
모순을 가장 먼저 짚어낸 주체는 행정이 아
니라 주민들이었습니다.
지난 2019년 중부동 시민과의 대화에서 나
온 “두 동을 하나로 묶자”는 목소리는 주민
들의 마음을 움직여 통합추진위원회로 이어
졌습니다. 부지 선정과 명칭 확정까지 주민
이 직접 참여하며, 최종적으로 ‘황오동’이라
는 이름이 결정됐습니다. 행정이 아닌 공동체
가 함께 만들어 낸 합의였습니다. 그리고 이
제 그 결실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9월 1일
부터 통합 황오동이 출범합니다. 옛 경주여중
부지에 들어선 황오동 행정복지센터는 단순
한 청사가 아니라, 주민의 일상과 미래를 이
어줄 새로운 공간이 될 것입니다.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센터를 함께 품은
이곳은 주민이 서로를 만나는 사랑방이자, 원
도심의 새로운 생활 거점이 될 것입니다. 통
합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결합이 아닙니다.
흩어진 일상을 다시 잇는 과정입니다. 중부동과 황오동 청사는 이제 역사 속 흔적으로 남
지만, 통합 황오동 청사는 새로운 미래를 여
는 상징이 될 것입니다.
이제 주민들은 한 건물 안에서 민원·복지·
문화 서비스를 손쉽게 누리게 됩니다. 주민자
치센터의 체육·문화 공간은 마을의 사랑방이
되고, 이곳에 모인 웃음과 발길이 원도심 상
권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할 것입니다.
가장 값진 성과는 경주의 원도심이 다시 뛰
는 심장을 갖게 됐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변화를 이끌고, 함께 뜻
을 모아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낸 성숙한 시
민의식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통합은 행정의 효율을 넘어, 공동체
의 기억을 지키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시
민 주도의 상징적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천년의 수도 경주, 그 중심에서 중부와 황
오가 하나 되어 통합 황오동이라는 이름으로
미래를 써 내려가는 이 순간을, 저는 무엇보
다도 시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주민이 시작하고, 시민이 완성한 이번 통
합이 모두에게 더 나은 일상과 삶으로 이어
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