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가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경주
는 역사적 도시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세
계 정상들을 맞이하는 무대가 된다. 이를
위해 국립경주박물관에 조성 중인 만찬
장과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경제전시장
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공정률은 각
각 75%, 74%에 달하며 9월말 준공을 목
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과제는 행
사 그 자체의 성공을 넘어, 이러한 신축
시설이 지역사회와 국가에 어떤 장기적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만찬장은 단순한 외교 행사장의
의미를 넘어선다. 정상회의 만찬은 개최
국의 문화와 정신을 보여주는 ‘외교의
꽃’으로 불린다. 경주는 이를 위해 보문
관광단지와 우양미술관, 월정교, 대릉원
등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국립경주
박물관이 선택됐다. 이는 신라 금관, 성
덕대왕신종 등 한국 고대문화를 가장 상
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
이다. 특히 지금까지 발견된 신라 금관 6
점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이는 지난
1921년 금관총 금관 발굴 이후 104년 만
의 일로, 정상들에게 한국 고대 문화유산
의 위상을 강렬하게 각인시킬 것이다.
건축적 측면에서도 만찬장은 전통 누
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마당 위의 또
다른 마당’이라는 개념을 구현했다.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자리를 넘어, 공간
자체가 한국적 미와 환대의 정신을 담는
장치가 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아름다
운 공간이 정상회의 이후 단순히 기념물
로 전락한다면 아쉬움이 클 것이다. 경북
도는 “초기 몇 년간은 APEC 기념 공간
으로 활용하고 이후 장기적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보다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경주의 역사·문화자산
과 연계한 국제회의, 고급 문화행사, 시
민 참여형 전시 프로그램 등으로 발전시
켜야 한다.
경제전시장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APEC이 본질적으로 경제 협력체라는
성격을 반영해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상
과 첨단 기술, 한류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산업역사관, 강소기
업 비즈니스관, 첨단미래산업관, K-테크
쇼케이스, 그리고 ‘5한 하우스’로 구성되
는 전시장은 전시공간을 넘어 글로벌 기
업과의 투자협력 무대가 된다. 정상회의
직전에는 투자설명회와 MOU 체결식이
예정돼 있고, 이후에는 정상회의 소품과
자료가 전시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전시장이 단발적 홍보 공간
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글로벌 기업과의
네트워킹과 지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연
결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 플랫폼으로 자
리 잡아야 한다. 특히 경북의 강소기업과
K-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알릴 수 있는
상설 무대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경주
가 역사문화도시를 넘어 첨단산업과 문
화가 결합된 글로벌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대형 국제행사를 치르며 새로 짓
는 시설이 ‘유령 건물’로 전락하는 사례
는 적지 않다. 행사 후 관리·운영 주체가
불분명해 방치되거나, 지역사회와 유리
된 채 활용도가 낮은 경우도 많았다. 경
주 APEC의 준비 과정이 이제까지 순항
해온 만큼, 이후의 활용 구상은 더욱 치
밀해야 한다. 행사의 성공은 단지 3일간
의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그 뒤 수십 년
동안 지역과 국가에 어떤 자산을 남기느
냐로 판가름 날 것이다.
APEC 만찬장과 경제전시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공간에 담을 지속 가능성의 비
전이다. 경주는 천년 고도의 역사적 자
산 위에 새로운 미래 자산을 더할 수 있
는 기회를 맞고 있다. 눈앞의 행사 성공
에 만족하지 말고, 이 시설들이 앞으로도
지역민과 세계인이 함께 찾는 문화·경제
교류의 장으로 거듭나도록 전략을 세워
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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