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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양남·문무대왕면·감포 등 동경주 3개읍면 주민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과 방폐장을 모두 수용한 유일한 지역으로, 방대한 위험과 부담을 떠안아 왔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과 시행령에는 새로 건설되는 저장시설에 대한 지원 규정만 명시됐을 뿐, 이미 장기간 운영돼 온 기존 건식저장시설(캐니스터·1차 맥스터)에 대한 보상 방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정부의 기만과 배신”이라며 강하게 저항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정부는 과거에 약속했다. 지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는 분명히 기존 건식저장시설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같은 해 동경주 발전협의회에 보낸 산자부 공문에서도 “기존 시설 지원을 지역과 협의한다”는 공식 답변이 있었다. 정부 스스로 문서에 남긴 이 약속이 불과 몇 년 만에 무시된 것이다. 정책 일관성은커녕 지역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마저 저버린 셈이다.
여기에 방폐물 반입수수료 문제는 주민들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당시 정부는 매년 85억 원 수준의 반입수수료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4년간 실제 들어온 수입은 연평균 17억 원에 불과하다. 당초 약속 대비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방폐물 처리 기술 변화라는 명분은 있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또 약속을 어겼다”는 인식만 커질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첫째, 시행령에 기존 건식저장시설 지원 방안을 반드시 명문화하라는 것. 둘째, 방폐장 유치 당시 약속했던 매년 85억 원의 지원 수수료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것이다. 이는 결코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오히려 지난 수십 년간 원자력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주민들의 희생에 비하면 최소한의 정당한 보상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끝내 외면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민들은 이미 세종시 산업부 청사 앞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경주시의회와 시민대책위, 발전협의회까지 가세해 1천400여 명이 집회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방폐물 반입 거부와 방폐장 운영 중단 등 강경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정책 전반에 큰 차질을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원자력은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 무게를 특정 지역 주민만이 짊어지게 할 수는 없다. 국가가 필요하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역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정당성에 직결된다. 공정과 신뢰가 없는 에너지 정책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정부는 이제 결자해지해야 한다. 과거 자신들이 약속한 대로 기존 저장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을 시행령에 명문화하고, 방폐장 반입수수료 약속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수십 년간 희생을 감내해온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도리이며, 국가 에너지 정책의 정당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주민들의 외침은 결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국가가 세운 약속을 지키라는 최소한의 요구다. “국가 에너지 안보는 특정 지역의 일방적 희생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는 절규를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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