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6-07-02 오후 03:34:1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56. 핍월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09월 12일(금) 13:46

↑↑ ▲ 열악한 시골 풍정의 봄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엄마! 내가 태어난 달이 언제인가요?”

그래너는 핍월(乏月)*에 태어났지.”

엄마핍월이 무슨 달이에요?”

그래 그건 모르지만서당 훈장님은 잘 아시던데.”

1949 625전쟁 발발한 한 해 전이다. 그해 핍월은 날도 가물고, 하늘바라기 하는 천수답봉천답 농사짓기가 정말 어려웠다. 날이 가물고논바닥은 갈라지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사를 못 지었다. 사람에게 먹을 것이 없다.

얘야네가 태어난 음력 사월은 보릿고개가 한창이고, 뱃속에서조차 못 먹여서 야를 어찌하나 걱정이 태산 같았다. 네 막내 누나가 끝내 세 살에 죽어 한이 맺혔는데 그때 네가 태어날 준비를 하였다. 또 사월 열이틀에 내가 천연두 마마를 앓아 생사가 왔다 갔다 하였다. 그래, 그해 음력 사월은 해 길고, 배고프던 시절이었다. 막내딸, 다섯 번째 딸이 죽어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나는 천연두 마마(媽媽)까지 걸려 힘겨웠는데도 너를 낳아야 하였다. 아마도 막내딸 따라 나도 죽을 것이라 했는데, 네가 안 죽고 모진 생명으로 엄마 목숨까지 이어 주었네.

그래. 너는 바락바락 살아남았지. 이 모진 세상에 너는 다섯 번째 아들이고, 딸까지 합쳐서 내 열 번째 막내가 된 것이지. 그래서 핍월, 음력 사월 보릿고개에 태어난 것이네. 엄마는 소설을 안 배웠으면서도 소설을 무척 잘 쓰고 있다.

이듬해 양력으로 동장에게 부탁한 날이 바로 네 양력 생일이 되었다. 그래아가야 날이 가물어 굶어가면서도 낳은 게 너란다. 음력 사월 해 길고배고플 때 태어난 핍월의 자식이란다. 정말 미안하구나. 못 먹어 얼굴에 노란 털 뿐이다.

지나온 세월이지만 누구에게도 부끄러워 차마 이 말을 못하였다. 목구멍에 넘긴 것은 우물물인 찬물뿐이다여러 세월 겪어 왔지만 그렇게 모질고힘들게 핍월에 태어난 게 너란다. 나조차 못 먹어서 부족한 젖으로 연약하고, 잔병치레를 많이도 하게 만들었네. 모두가 이 어미의 죄란다. 기어이 엄마는 끝까지 더 말을 못 잇고 입 닫고 말았다. 한 편의 소설 중 클라이맥스를 넘기었다.

아버지는 많은 자식 낳고, 굶기지 않으려고 동분서주하였다. 당장 오 할 이자라도 주고 부잣집에 찾아가서 장리(長利)를 얻어왔다. 하나같이 귀한 자식인데 누군들 안 귀하랴. 잔병치레하였으니 커가면서 면역력 생기고, 고픈 배곯지 않고 돈 많이 벌어 잘살아라. 이제 아버지가 소설의 대미(大尾)를 장식하였다.

나의 어머니 평생 그렇게 없이 산 핍월에 날 낳았다고 한스러워하였다.

------------

*핍월(乏月) : 음력 4월 보릿고개의 뜻.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인왕동(仁旺洞)일대는 사로6촌(斯盧六村)중 정지백호 (鄭智伯..
경주 강동면 왕신리 공장서 화재…인명피해 없어..
국민의힘, 경주시의회 의장 후보에 임활 의원 추대..
한수원, 협력사 원자력 재료·용접 기술기준 교육 시행..
여성친화도시 경주의 민낯…가정폭력상담소 5년째 ‘공백’..
김대중 신임 경주세무서장 취임..
마을을 품은 경주교육, 온 마을이 학교다!..
배진석 경북도의회 부의장, 제13대 도 의장 출마..
92. 이목 끌다..
경주시 착한가격업소 간담회 가져…지역 물가안정 협력..
최신뉴스
국민의힘, 경주시의회 의장 후보에 임활 의원 추대..  
김대중 신임 경주세무서장 취임..  
김동해 시의원, 전반기 의장 출마 선언 ‘무소속 5선의 ..  
최초 민선 3선 경주시장 주낙영 취임…미래 100년 도약..  
여성친화도시 경주의 민낯…가정폭력상담소 5년째 ‘공백’..  
1월~5월까지 경주 외국인 방문객 56만 9천357명..  
경주시의회, 제9대 의정활동 마무리..  
배진석 경북도의회 부의장, 제13대 도 의장 출마..  
경주시, 정부합동평가 경북도 시군평가 최우수상 수상..  
HICO, 베트남 기업 관광단 150명 경주 방문 유치..  
故 손성호 상사 유족에 6·25 무공훈장 전수..  
경주시, 귀농귀촌 ‘국가서비스대상’ 4년 연속 수상..  
경주시, 통합 돌봄 거점 ‘아이행복키움센터’ 11월 준공..  
보문관광단지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행 재개..  
경주시 착한가격업소 간담회 가져…지역 물가안정 협력..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