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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그해 봄의 연명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10월 17일(금) 15:09

↑↑ 삶의 몸부림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인간으로 태어났다. 1949년 음 사월 열이틀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경상북도 경주군 내동면 시래리 330번지에서 오후 세 시 반에 고고성을 지르며 세상을 찾아왔다. 그러나 산모는 마마로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내가 태어난 것을 묘사할 수 없기에 주워들은 얘기로 겨우 이렇게밖에 기록할 뿐이다.

그리고 꼭 625전쟁 발발 한 해 전인 1949년 그때는 사람살이에 너무 어려운 시절이었음이 분명하다. 날이 가물어 사람들이 기근을 면치 못하고 목구멍에 풀칠할 것조차 없던 시절에 열 번째로 나는 태어난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는 마마로 인하여 목숨조차 연명하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난 아기로 큰형수의 젖을 얻어먹고 살았다. 큰조카는 나보다 다섯 해가 빨랐으며, 마침 둘째 조카가 두 해 빨랐기에 큰형수의 젖을 얻어먹고 살 수 있었다. 마을 촌로들이 나 들으라고 어깃장 놓을 이러한 이야기만 자꾸 전해 준다.

자라면서 큰형수 젓 물림이 어려워지면 누나들이 흰죽 끓이어 먹이었다. 5년 내리닫이 가뭄에 시달려 쌀알이 없던 시절에 흰죽 끓이기는 쉬웠을까? 아기이었기에 세상천지 그런 말을 믿지 못하고, 어렵게 병치레하면서 자랐다. 다만 사실인지는 이렇게 추측만 할 뿐이다.

그러나 사람이 쉬 죽으라는 법이 아니기에 목숨이 붙어 연명하는 것이다. 세상 사람의 아들로 생명을 연장하여 그냥 살아남았다. 벌써 세 번의 죽을 목숨 연장하여 오늘날까지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 아닌가?

첫 번째 죽음을 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남의 집에서 날 오징어무침 회를 먹고 얹혀서 두 눈이 똑바로 정지되었다. 지나가던 촌로가 인진(茵蔯) 즙 내어 먹고 나의 막힌 숨을 소통시켜 주었다. 깔딱 넘어가다가 살았는데 살고 보니 그렇게도 시원하게 숨 잘 쉴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고 2학년 때 입주 가정교사 하다가 11월 말에 연탄가스 마시고 천장이 내 목까지 내려올 때 꼴딱 죽는 줄 알았다. 주인아주머니가 문 열어 환기하여 살았기 망정이지 아니면 바로 황천행이었다.

세 번째는 의성에 새조개 잡으러 갔다. 여름밤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발 헛디뎌 물 먹고 퍼덕거렸다. 누가 던져준 막대 잡고 살았다. 새조개가 사람 잡는다.

아직도 삶의 끈을 놓지 못한 것은 모진 삶을 연명함이다. 사람의 목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도 많이 남은 수필마저 쓰려고 연명한 것이다. 나는 그해, 봄에도 연명하였기에 아직도 세상 밝은 천지에 살아 있을 뿐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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