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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바둑판 같은 겨울 논바닥 | | ⓒ 황성신문 | |
 |  | | |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 ⓒ 황성신문 | 사람 일평생 살면서 제가 밥 먹는 쌀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알아도 막연히 “그렇게 쌀이 되어 나오겠지. 뭐.”하고 살아간다. 어떤 설문조사에 심지어 쌀이 나무에서 생산된다고 알고 있는 학생이 많이 나왔다. 하물며 쌀이 생산되고 있는 논바닥을 관찰하여 보지 않은 사람도 많다. 시간이 나거든 농촌에 가서 논바닥을 자세히 관찰해 보라. 농촌의 논바닥 형태를 알아야 사람 사는 방법 얻을 것이다.
봄 논바닥을 살펴보라. 봄 논바닥에는 거의 말라 있다. 모내기하기 전까지는 습도가 아주 낮은 흙만이 모여 있을 뿐이다. 지난해 벼농사를 이용하고 남은 낮은 벼 그루터기가 한 철 지나면서 삭아서 자연으로 거름 되어 있을 뿐이다. 사실 논은 그냥 곡식만 자라서 훑어가고, 황량하게 비어 있는 공간만 남아 있다.
여름 논바닥을 가서 살펴보라. 농부가 모내기를 위하여 논바닥 흙을 갈아엎어 논갈이하고, 물 대어 놓았다. 물 잡힌 논바닥에는 개구리알도 보이고, 작은 미생물들도 저들의 삶 터전이 되어 있다. 모내기 하고 나면 연약한 두세 포기의 벼들이 사람하고서 곧 새파란 줄기로 자라올라 온다. 벼 알맹이가 배동바지로 맺혀진다. 세 벌 논매기 거치고, 마지막 공기가 잘 통하라고 망을 만든다. 벼 낱알이 익으면 참새도 먹이로 생각하고 모여들기에 참새 쫓기 딱총 소리도 들린다.
가을에 논 벌을 살펴보라. 황금벌판이 일렁거린다. 바람이 일면 골마다 신선한 공기로 벼의 열매가 따가운 햇살로 익어간다. 꼿꼿한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면 어서 베어 달라고 조른다. 그 많은 논바닥의 벼는 저마다 주인들이 있어서 계절을 어기지 않고 추수한다. 예전에는 농약 안 치던 때 논바닥에 미꾸라지를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싯누런 미꾸라지는 농촌에서 농부의 가을걷이 대가로 새로운 보약이 되었다. 벼를 한꺼번에 집으로 들이지 못한다. 볏단이 어깨를 겯듯 논두렁 위에 차례로 켜켜이 쌓아 두었다가 나중에 타작을 위해 이동한다.
가을걷이 끝난 겨울 논바닥에 가보라. 논 주인들이 수확하고 간 논바닥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못줄로 모내기한 후 익어서 베어 나간 흔적으로 낮은 벼의 그루터기만 줄지어 마치 바둑판에 돌 놓듯 그러한 흔적만 존재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철에 따라 논바닥을 관찰하여 보라. 논바닥에서는 사람살이에 필요한 쌀을 생산하여 우리에게 준다. 쌀은 식물 줄기에서 벼꽃이 피어야만 벼 낱알이 배동바지 할 것이다.
논바닥에서는 변화를 마치 사람이 계획하듯 일목요연하게 잘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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