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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천년 신라의 수도이자 세계문화유산의 보고인 경주가 이제는 글로벌 외교와 경제협력의 중심 무대가 됐다. 이번 회의는 대한민국 외교·경제 전략의 새 판을 짜는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 “세계 통상 질서의 새 판을 짜는 현장”이라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처럼, 경주 APEC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새로운 질서 형성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경주 APEC은 20년 전 부산에서 열린 제13차 회의 이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개최하는 정상회의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장관, 기업인, 언론인 등 약 2만여 명이 참여해 규모나 파급력에서 단연 역대급이다. 특히 신라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경주에서 열리는 만큼, ‘문화외교의 장’이자 ‘포용 성장의 무대’로서 상징성이 크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펼쳐진 회의는 화랑정신과 화백제도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점에서 대화와 조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제 경주는 국제회의 산업의 중심이자 세계가 기억하는 도시브랜드로 도약할 기회를 맞이했다. 부산이 2005년 APEC을 계기로 글로벌 해양도시로 성장했듯 경주는 문화·관광·산업이 결합된 복합도시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함께 열린 ‘Invest Korea Summit 2025’ 지방 투자설명회는 그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10개국 27명의 외국 투자자와 외신 기자들이 경주의 산업과 문화 현장을 직접 경험했고,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는 경주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투자형 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경주의 미래는 이제 ‘포스트 APEC’ 전략에 달려 있다. 정상회의는 일주일의 행사로 끝나지만 진정한 성과는 그 이후에 나온다. 부산이 APEC 이후 기후센터(APCC)를 유치하며 국제기구 도시로 성장했듯, 경주도 이번 기회를 활용해 ‘APEC AI 협력센터’나 ‘고령사회 대응 연구허브’와 같은 국제 연구·협력 기관을 유치해야 한다. 이는 경주와 경북이 지향하는 디지털 전환, 인구구조 변화 대응, 녹색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또 다른 큰 성과는 외교·통상 분야의 새로운 질서 재편의 예고다. 한미, 미중 간의 무역 협상 타결은 그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국은 한미 협정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15%로 제한하고,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과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 등 실질적 안보 성과를 거뒀다. 미중 정상 간의 합의도 우크라이나 사태 완화, 관세 인하, 희토류 수출 유예 등에서 진전을 보이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한중 정상회담 역시 양국 관계 정상화와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경주 APEC의 의미는 외교와 경제를 넘어선다. 이는 지방이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지방외교’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APEC 이후에도 지속적인 국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지자체의 외교활동 지원 조례’ 등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경북의 균형발전 전략과 연계해 동해안, 내륙, 북부권이 함께 성장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면 APEC은 경북형 포용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신라의 천년 유산 위에 미래산업과 문화, 국제협력이 융합되는 새로운 천년의 출발점이 바로 지금이다. 경주는 APEC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외교 도시, 그리고 글로벌 투자 거점으로 성장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APEC 이후에도 세계와 교류하며, 지방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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