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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지방 도시가 만들어 낸 국제외교의 새로운 이정표였다. 인구 25만의 고도(古都)가 세계 21개국 정상과 글로벌 CEO 등 1만여 명을 맞이한 일주일은 ‘300일의 기적’이라 불릴 만하다. 경북과 경주는 낡은 시설과 짧은 준비기간, 국정 공백기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협력하는’ 모델로 완벽한 국제행사를 이끌어 냈다.
이번 APEC은 경주가 세계를 향해 자신 있게 내놓은 “문화·경제·평화의 종합무대”였다. 세계 정상들이 감탄한 ‘천년미소관’의 품격, 한·미·중 정상회담을 동시에 성사 시킨 외교력, 그리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주시민들의 미소는 경주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단 한 건의 사건 사고 없이 치러진 정상회의는 지방행정의 치밀함과 시민의식의 성숙함이 빚어낸 결과였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컸다. 1천700명의 글로벌 CEO와 420개 기업이 참여한 ‘CEO 서밋’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AWS와 엔비디아 등 세계 기업의 투자 약속이 이어지며 90억 달러 규모의 협력 논의가 이뤄졌다. 지역기업 55개도 함께 참여해 ‘세일즈 코리아, 세일즈 경북’의 현장이 됐다. 숙박률은 95%를 넘겼고, 주요 상권의 매출은 두세 배 증가했다. ‘지방 외교’라는 말이 현실로 구현된 것이다.
문화적 성과 또한 눈부셨다. 신라금관 6점을 한자리에서 전시하고, 불국사와 황리단길, 한복패션쇼와 K-POP 콘서트로 이어진 ‘K-컬처의 향연’은 경주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재조명시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주는 훌륭한 도시, 아름다운 곳”이라 했고, 중국 시진핑 주석은 “역사 문화도시 경주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IMF 총재와 미국 백악관 대변인까지 현지를 찾아 K-뷰티를 체험한 것은 한류의 중심이 서울을 넘어 경주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진정한 성공의 비결은 ‘시민’이었다. 자발적 차량 2부제, 미소·청결 운동, 화장실 무료 개방 등 지역민이 스스로 손님을 맞이했다. 외국인 유학생 자원봉사자 20명과 시민대학을 수료한 4천 명의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 낸 환대의 힘이 세계를 감동시켰다. 외신은 이를 “세계가 배워야 할 시민참여 모델”로 평가했다.
APEC 이후의 경상북도는 ‘AI 새마을운동’을 선포하며, 디지털 격차 해소와 글로벌 협력의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경주타워에 ‘APEC 퓨처 스퀘어’를 조성해 첨단기술과 문화가 결합 된 미래산업 홍보의 장으로 삼고, ‘세계경주포럼’을 통해 문화 분야 다보스포럼을 목표로 한다. 또한 ‘APEC 글로벌 인구협력위원회’를 창설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제 경주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방도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천년의 문화는 시간으로 쌓았지만, 미래 100년의 유산은 준비와 협력으로 완성된다. 경주는 그 시작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이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역균형발전과 지속가능한 국제협력의 모범사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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