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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못에서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14일(금) 14:27

↑↑ 못에 비친 신선의 그림자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조양(朝陽) 못은 어린 날 나의 추억이 오롯이 퐁당 빠져 있는 곳이다.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 해(1956년)에 지은 집으로 네 번째 이사 갔다. 우리 집 우물곁으로 도랑물이 흘러 마지막 닿은 곳에 못이 있다. 그 못은 나에게 온갖 추억을 만들어 둔 곳이다. 못은 너른 공간에다 다음 해에 쓸 물을 채워둔 마음의 고향이다.

못은 자연으로나 인위로도 넓고 깊게 판 땅에 늘 물이 괴어 있는 곳을 가리킨다. 못을 지(池)·소(沼)·당(塘)·방축(防築) 등 표현한다. 지(池)는 못 자체를 가리키는 글이고, 소(沼)는 자연 힘으로 땅이 우묵하게 팬 자리에 늘 물이 괴어 있는 곳이다. 아울러 당당(塘)은 원래 물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을 가리키는 글자이다. 못 만들기 위하여 쌓은 둑을 지당(池塘)이라 한다. 방축(防築)은 저수시설을 가리킨다.

물론 고향에서는 오래전 신라로부터 아름다운 “월지(달 못, 月池)”가 있다. 한때 우리 역사를 부정하고 업신여겨 역사서에도 나타난다. 이름을 왜곡시켜 안압지(雁鴨池)라고 불리었다. 즉 궁궐에 딸린 못을 기러기나 오리가 노는 곳쯤으로 핍박하였다. 늦었지만 “달 못”인 “월지(月池)”로 찾은 것은 다행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에 일어나 못으로 가보라. 그곳에는 나무배에 뱃사공이 삿대 하나로 물 위를 미끄러지듯 타고 가는 모습은 어떠할까? 그곳은 과히 신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사는 풍광이요, 멋진 한 폭의 수묵화일 수밖에 없다.

어린 날 즐거운 시간을 이러한 못 주변에서 보내었다. 봄이 와서 벚꽃이 만개하면 요조숙녀들이 화려한 옷차림으로 양산을 곱게 받쳐 들고 못 둑으로 줄지어 산책하는 그 모습은 너무 좋았다. 비 오는 날 하릴없어 조공(釣公)들은 낚시 드리워진 물 위를 응시하고 있는데 그 그림자까지 곱으로 장관이다.

비 오는 날 도롱이 받쳐 입고, 삿갓 쓰고 넷째 형이 시간 죽이기 낚시질을 한다. 물론 미끼는 우리 집 하수구 진흙을 내 손으로 파헤쳐 잡아 온 지렁이 미끼가 최고이다. 고기 바구니 들면 그날 잡은 고기들이 “촬~ 촬~.” 꼬리치고 소리 낼 때 그날의 기분이 그렇게 좋았다.

이른 봄 아직 찬물인데도 집 방문 위에 걸쳐 두던 모기장으로 들고 못 가 얕은 물에 그물 친다. 새비*가 잡히어 백철 주전자에 한가득 모인다. 그것은 아버지의 술안주로 최고이다. 곧 술안주가 될 것이면서 익으면 새우가 발갛게 변한다.

집 가까이에 못이 있어 어린 날이 즐거웠다. 그러나 못 둑으로 자전거 배우다가 물에 처박혀 죽을 뻔한 것은 내 생애에 또 다른 최악의 흥밋거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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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비 : “새우”의 경주 사투리.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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