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6-09-04 오후 02:56:4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63. 못에서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14일(금) 14:27

↑↑ 못에 비친 신선의 그림자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조양(朝陽) 못은 어린 날 나의 추억이 오롯이 퐁당 빠져 있는 곳이다.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 해(1956)에 지은 집으로 네 번째 이사 갔다. 우리 집 우물곁으로 도랑물이 흘러 마지막 닿은 곳에 못이 있다. 그 못은 나에게 온갖 추억을 만들어 둔 곳이다. 못은 너른 공간에다 다음 해에 쓸 물을 채워둔 마음의 고향이다.

못은 자연으로나 인위로도 넓고 깊게 판 땅에 늘 물이 괴어 있는 곳을 가리킨다. 못을 지(((방축(防築) 등 표현한다. ()는 못 자체를 가리키는 글이고, ()는 자연 힘으로 땅이 우묵하게 팬 자리에 늘 물이 괴어 있는 곳이다. 아울러 당당()은 원래 물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을 가리키는 글자이다. 못 만들기 위하여 쌓은 둑을 지당(池塘)이라 한다. 방축(防築)은 저수시설을 가리킨다.

물론 고향에서는 오래전 신라로부터 아름다운 월지(달 못, 月池)”가 있다. 한때 우리 역사를 부정하고 업신여겨 역사서에도 나타난다. 이름을 왜곡시켜 안압지(雁鴨池)라고 불리었다. 즉 궁궐에 딸린 못을 기러기나 오리가 노는 곳쯤으로 핍박하였다. 늦었지만 달 못월지(月池)”로 찾은 것은 다행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에 일어나 못으로 가보라. 그곳에는 나무배에 뱃사공이 삿대 하나로 물 위를 미끄러지듯 타고 가는 모습은 어떠할까? 그곳은 과히 신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사는 풍광이요, 멋진 한 폭의 수묵화일 수밖에 없다.

어린 날 즐거운 시간을 이러한 못 주변에서 보내었다. 봄이 와서 벚꽃이 만개하면 요조숙녀들이 화려한 옷차림으로 양산을 곱게 받쳐 들고 못 둑으로 줄지어 산책하는 그 모습은 너무 좋았다. 비 오는 날 하릴없어 조공(釣公)들은 낚시 드리워진 물 위를 응시하고 있는데 그 그림자까지 곱으로 장관이다.

비 오는 날 도롱이 받쳐 입고, 삿갓 쓰고 넷째 형이 시간 죽이기 낚시질을 한다. 물론 미끼는 우리 집 하수구 진흙을 내 손으로 파헤쳐 잡아 온 지렁이 미끼가 최고이다. 고기 바구니 들면 그날 잡은 고기들이 ~ ~.” 꼬리치고 소리 낼 때 그날의 기분이 그렇게 좋았다.

이른 봄 아직 찬물인데도 집 방문 위에 걸쳐 두던 모기장으로 들고 못 가 얕은 물에 그물 친다. 새비*가 잡히어 백철 주전자에 한가득 모인다. 그것은 아버지의 술안주로 최고이다. 곧 술안주가 될 것이면서 익으면 새우가 발갛게 변한다.

집 가까이에 못이 있어 어린 날이 즐거웠다. 그러나 못 둑으로 자전거 배우다가 물에 처박혀 죽을 뻔한 것은 내 생애에 또 다른 최악의 흥밋거리이다.

------------

* 새비 : “새우의 경주 사투리.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교동(校洞)은 신라(新羅) 최초의 최고(最高) 국립교육기관(..
경주경찰서, ‘외국인 유학생 범죄예방교실’ 운영..
경주 후계농업경영인 한마음대회 개최..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 개막..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열전 돌입..
문무대왕면에 지하수저류댐 조성된다…하루 1만6천톤 공급..
선덕여중, ‘제6회 책 읽는 학교 - 서(書)로 나누다’..
국립경주박물관 주차장 357면 통합 유료화..
경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한수원축구단 업무협약..
경북도, ‘소상공인 상생보험 지원사업’시행..
최신뉴스
[기획] APEC 이후 1년의 성적표-‘포스트 APEC’..  
황오·중부동 통합 1년…미래 청사진 논의..  
박승직 경북도의원, 제13대 전반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  
경주시의회 임시회 폐회…행정사무감사 계획 등 15건 처리..  
경주시, 지방자치대상 행정·의정 리더 부문 대상..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열전 돌입..  
경주시, 2027년 ‘긴축 재정’ 예고…민생에 예산 집중..  
APEC 개최도시 경주, 한·중·일·아세안 교류협력 보폭..  
문무대왕면에 지하수저류댐 조성된다…하루 1만6천톤 공급..  
경주시, 서울서 기업 대상 투자유치 활동 나서..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 개막..  
국립경주박물관 주차장 357면 통합 유료화..  
내년부터 자전거 앞뒤 제동장치 의무화..  
내년부터 자전거 앞뒤 제동장치 의무화..  
경주경찰서, ‘외국인 유학생 범죄예방교실’ 운영..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