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6-07-02 오후 03:34:1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63. 못에서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14일(금) 14:27

↑↑ 못에 비친 신선의 그림자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조양(朝陽) 못은 어린 날 나의 추억이 오롯이 퐁당 빠져 있는 곳이다.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 해(1956)에 지은 집으로 네 번째 이사 갔다. 우리 집 우물곁으로 도랑물이 흘러 마지막 닿은 곳에 못이 있다. 그 못은 나에게 온갖 추억을 만들어 둔 곳이다. 못은 너른 공간에다 다음 해에 쓸 물을 채워둔 마음의 고향이다.

못은 자연으로나 인위로도 넓고 깊게 판 땅에 늘 물이 괴어 있는 곳을 가리킨다. 못을 지(((방축(防築) 등 표현한다. ()는 못 자체를 가리키는 글이고, ()는 자연 힘으로 땅이 우묵하게 팬 자리에 늘 물이 괴어 있는 곳이다. 아울러 당당()은 원래 물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을 가리키는 글자이다. 못 만들기 위하여 쌓은 둑을 지당(池塘)이라 한다. 방축(防築)은 저수시설을 가리킨다.

물론 고향에서는 오래전 신라로부터 아름다운 월지(달 못, 月池)”가 있다. 한때 우리 역사를 부정하고 업신여겨 역사서에도 나타난다. 이름을 왜곡시켜 안압지(雁鴨池)라고 불리었다. 즉 궁궐에 딸린 못을 기러기나 오리가 노는 곳쯤으로 핍박하였다. 늦었지만 달 못월지(月池)”로 찾은 것은 다행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에 일어나 못으로 가보라. 그곳에는 나무배에 뱃사공이 삿대 하나로 물 위를 미끄러지듯 타고 가는 모습은 어떠할까? 그곳은 과히 신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사는 풍광이요, 멋진 한 폭의 수묵화일 수밖에 없다.

어린 날 즐거운 시간을 이러한 못 주변에서 보내었다. 봄이 와서 벚꽃이 만개하면 요조숙녀들이 화려한 옷차림으로 양산을 곱게 받쳐 들고 못 둑으로 줄지어 산책하는 그 모습은 너무 좋았다. 비 오는 날 하릴없어 조공(釣公)들은 낚시 드리워진 물 위를 응시하고 있는데 그 그림자까지 곱으로 장관이다.

비 오는 날 도롱이 받쳐 입고, 삿갓 쓰고 넷째 형이 시간 죽이기 낚시질을 한다. 물론 미끼는 우리 집 하수구 진흙을 내 손으로 파헤쳐 잡아 온 지렁이 미끼가 최고이다. 고기 바구니 들면 그날 잡은 고기들이 ~ ~.” 꼬리치고 소리 낼 때 그날의 기분이 그렇게 좋았다.

이른 봄 아직 찬물인데도 집 방문 위에 걸쳐 두던 모기장으로 들고 못 가 얕은 물에 그물 친다. 새비*가 잡히어 백철 주전자에 한가득 모인다. 그것은 아버지의 술안주로 최고이다. 곧 술안주가 될 것이면서 익으면 새우가 발갛게 변한다.

집 가까이에 못이 있어 어린 날이 즐거웠다. 그러나 못 둑으로 자전거 배우다가 물에 처박혀 죽을 뻔한 것은 내 생애에 또 다른 최악의 흥밋거리이다.

------------

* 새비 : “새우의 경주 사투리.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인왕동(仁旺洞)일대는 사로6촌(斯盧六村)중 정지백호 (鄭智伯..
경주 강동면 왕신리 공장서 화재…인명피해 없어..
국민의힘, 경주시의회 의장 후보에 임활 의원 추대..
한수원, 협력사 원자력 재료·용접 기술기준 교육 시행..
여성친화도시 경주의 민낯…가정폭력상담소 5년째 ‘공백’..
김대중 신임 경주세무서장 취임..
마을을 품은 경주교육, 온 마을이 학교다!..
배진석 경북도의회 부의장, 제13대 도 의장 출마..
92. 이목 끌다..
경주시 착한가격업소 간담회 가져…지역 물가안정 협력..
최신뉴스
국민의힘, 경주시의회 의장 후보에 임활 의원 추대..  
김대중 신임 경주세무서장 취임..  
김동해 시의원, 전반기 의장 출마 선언 ‘무소속 5선의 ..  
최초 민선 3선 경주시장 주낙영 취임…미래 100년 도약..  
여성친화도시 경주의 민낯…가정폭력상담소 5년째 ‘공백’..  
1월~5월까지 경주 외국인 방문객 56만 9천357명..  
경주시의회, 제9대 의정활동 마무리..  
배진석 경북도의회 부의장, 제13대 도 의장 출마..  
경주시, 정부합동평가 경북도 시군평가 최우수상 수상..  
HICO, 베트남 기업 관광단 150명 경주 방문 유치..  
故 손성호 상사 유족에 6·25 무공훈장 전수..  
경주시, 귀농귀촌 ‘국가서비스대상’ 4년 연속 수상..  
경주시, 통합 돌봄 거점 ‘아이행복키움센터’ 11월 준공..  
보문관광단지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행 재개..  
경주시 착한가격업소 간담회 가져…지역 물가안정 협력..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