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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읍에 문을 연 ‘감포 유스빌’은 바다를 품은 마을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로 출발했다. 행정안전부 공모로 추진된 청년 공유주거 사업의 하나로, 청년들이 안정적인 주거를 기반으로 지역에 정착하고 공동체를 이루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감포 유스빌은 10호 규모의 주거 공간과 공유주방·회의실 등 교류시설을 갖추며, ‘함께 머물고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청년 친화형 주거모델을 표방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진정으로 지역 청년의 삶을 바꾸고 지속 가능한 정착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전국 각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이 보여주었듯, 주거공급만으로 청년의 정착을 이끌어내기란 어렵다. 청년이 머무르는 이유는 ‘방이 있어서’가 아니라 ‘살 이유가 있어서’다. 감포 유스빌 역시 주거 공간만으로는 지역의 일자리, 문화, 사회적 관계망의 부재를 대신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해 온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그 취지는 훌륭 하지만 성과는 엇갈렸다. 전국 51곳에서 사업이 추진됐지만, 상당수가 종료 후 활동이 중단되거나 청년 정착률이 낮아지는 문제를 겪었다. 매출·고용·정착률 같은 객관적 성과 지표가 부재해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정착률’이라는 숫자 목표에 매달린 나머지, 청년의 자율적 선택과 창의적 실험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감포 유스빌이 성공하려면 이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주거 공간 제공은 출발점일 뿐, 지역 내 ‘일과 삶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경주시가 추진 중인 도심 청년임대주택 등과 연계해, 청년 창업·취업 프로그램, 사회적 기업 육성, 지역 상권과의 협업 모델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청년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청년마을’이 특정 연령대만의 사업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에 꼭 필요한 업종을 유지·승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지속 가능성은 ‘청년 숫자’보다 ‘지역의 기능’이 유지되는 데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운영의 지속성이다. 매년 위탁기관이 바뀌고, 사업이 단절되는 구조 속에서는 성과가 축적될 수 없다. 경주시는 감포 유스빌 운영을 맡은 민간기관과의 협업을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하고, 성과평가를 통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청년 스스로가 주체가 돼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구조적 장치도 필요하다.
감포 유스빌은 분명 지역 청년정책의 새로운 실험이자 희망의 신호탄이다. 하지만 그 희망이 현실이 되려면 ‘청년을 붙잡는 도시’가 아니라 ‘청년이 스스로 돌아오는 도시’가 돼야 한다. 바다가 가까운 감포의 풍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청년이 삶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지다. 경주시가 보여줄 다음 행보는 건축의 완공이 아니라, 정책의 성숙으로 증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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