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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경주시 예산, 시민의 삶을 바꾸는 예산이 되어야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21일(금) 14:43

경주시가 2025년도 본예산으로 사상 처음으로 21천억 원 규모의 역대 최대 예산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시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도비 확보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가용재원을 마련하고 민생과 복지, 미래성장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수치의 이면에는 관행의 꼼수와 구조적 문제점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먼저 지적해야 할 대목은 예산편성의 기초가 되는 세입 추계의 신뢰성이다. 지난 2023년 개정된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따라 지자체는 세입예산추계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예산의 출발점이며 세출 규모와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전년도 결산 금액이 아닌 본예산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이 경우 예산편성 기준이 실제보다 축소돼 필요한 복지 예산조차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오류를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예산을 임의로 운용하게 만드는 구조를 낳는다. 경주시 예산안에는 포스트 APEC 사업명목으로 113억 원이 반영돼 APEC 기념관, 미디어월, 관광 콘텐츠 개발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물론 도시브랜드 제고라는 명분은 이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은 구체적 경제효과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없이 이벤트성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특히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성과 부풀리기용 사업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경주시가 강조한 복지 확대 항목 중 상당수는 지속 가능한 재정 계획 없이 일회성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어르신 무료승차 41억 원, 출산축하금 42억 원, 청년 주택자금지원 10억 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복지 정책은 분명 필요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예산 구조 속에서 일회성 정책으로만 소진된다면 실효성이 없다. 복지 정책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닌, 재정의 지속성과 정책 연속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특히 순세계잉여금의 운용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순세계잉여금은 명시이월, 사고이월, 보조금 잔액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남은 예산이다. 원칙상 전액을 다음 해 세입으로 편성해야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이를 의도적으로 남겨두거나 불필요하게 늘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재정운용의 비효율을 의미하며,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경주시의 예산안은 표면적으로는 복지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이라는 그럴듯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예산총계주의 원칙 위배, 불투명한 세입 추계, 선심성 사업, 연속성 없는 복지 정책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는 결국 시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외형 중심의 예산편성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예산은 시민을 위한 공공의 자산이다. 숫자의 크기로 포장한 성과주의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예산편성의 원칙인 정확한 세입 추계, 균형 잡힌 세출 계획, 그리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집행이 선행돼야 한다. 경주시가 내세운 사상 최대 예산이 진정으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예산이 되려면 지금이라도 구조적 허점을 되돌아보고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걷어내야 할 때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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