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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농협과 내남농협의 합병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해 가결되면서 총자산 1조 3천394억 원 규모의 ‘대형 지역농협’이 새롭게 출범하게 됐다. 통합 농협은 조합원 수만 해도 7천300여 명에 달하며, 경주 농업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단순히 ‘합병 = 발전’이라는 등식으로만 해석돼서는 안 된다. 찬반이 팽팽했던 투표 결과가 절차적 신뢰의 문제, 지역 간 이해 충돌 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지금이야말로 통합 농협이 진정한 상생과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시점이다.
합병의 기대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은 ‘전문화’와 ‘규모의 경제’다. 최준식 경주농협 조합장이 강조했듯 경제·신용·유통 등 각 사업에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유통망 확장, 판매량 증가, 마트 운영의 체계화 등은 조합원에게 직접적인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농협 전반의 현안으로 떠오른 신용사업 부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내남농협과 통합을 통해 그간 영세한 구조로 투자에 한계가 있던 지역에 기반시설 확대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균형발전 차원에서 의미 있는 행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먼저 일부 조합원들이 강하게 제기했던 ‘절차의 불투명성’은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반대 측은 경영 쇄신보다 합병을 우선한 결정이라는 점, 특정 지역의 이익만 반영된 구조라는 점을 들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찬성률이 경주농협은 55.78%, 내남농협은 70.34%로, 경주지역의 이견이 뚜렷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통합 이후 사업 추진 시에도 조합 내 갈등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 간 서비스 불균형, 투자 편중, 조합원 환원 사업에서의 차별 등은 향후 통합 농협의 신뢰도를 흔들 수 있는 불씨다. 실제로 천북농협과의 과거 합병 사례를 두고 일부 조합원이 ‘잊혀진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점은 ‘소외감’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통합 효과 자체가 퇴색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최근 경남의 한 농협 사례처럼, 거대한 농협이 반드시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외상 거래로 인한 270억 원 미수금 사태는 지역농협 경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형화가 곧 경영 건전성을 담보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규모 확대에 따른 리스크 확산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통합 농협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과의 적극적 소통이 핵심이 돼야 한다. 최 조합장이 약속한 ‘상시 소통 창구’ 운영과 지역 맞춤형 투자, 서비스 유지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통합은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경주농협의 새 출발은 ‘대형화’가 아닌 ‘신뢰의 확대’로 완성돼야 한다. 크기의 경쟁이 아니라, 조합원의 삶을 어떻게 더 깊이 보살피느냐가 진정한 농협의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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