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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족제비 꼬리 같은 꽃 이름 | | ⓒ 황성신문 | |
 |  | | |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 ⓒ 황성신문 | 식물의 이름이 재미난다. “족제비싸리나무”라고 부른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그 먼 타국에서 어찌 동양의 조그만 나라까지 찾아왔을까? 일본이 만주에 나라를 세우면서 이 나무를 심었다. 근세조선 말 우리나라가 피폐해지고 마침내 1910년 나라까지 빼앗겼다. 1930년대에 헐벗은 강산 우리나라에 강제로 옮겨와 심기어진 나무가 바로 “족제비싸리나무”이다.
어렸을 때 사방공사가 한창이었다. 어려서 잘 몰랐다. 잔디와 싸리씨 채취에 동원(1962년)되었다. 족제비싸리나무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활착하게 되었다. 어른들은 일제 침략기에 수입해 온 것을 이미 알았다. 그래서 아까시나무와 구분하여 침이 없는 나무라고 “왜 까시나무”라고도 불렀다.
족제비싸리는 족제비도 아니요, 그렇다고 싸리도 아니다. 특히 싸리와는 식물 분류상 같은 속(屬)도 다르다. 그 나무는 5~6월에 꽃피면 꽃잎 다섯 개가 나와서 네 개는 퇴화하고, 한 개만 남는다. 그 한 개 남은 것이 꽃이 되어 진한 자주색으로 보인다. 또한 향기가 매우 진하다. 이 꽃대가 마치 족제비 꼬리같이 황갈색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생겼기에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시골 도랑 가나 철도용지, 새로 만든 길의 경사면 등에 자랐다. 또, 물기가 많은 곳에 심지 않았는데 잘 자라는 것은 종자가 바람이나 물길을 따라 퍼져나가서 번식한 것이다. 우리나라 토종 나무가 왕성하여 그늘을 만들면 얌전히 포기하고 스스로 사라져 주는 양심 있는 수종(樹種)이기도 하다.
족제비싸리나무는 햇빛을 너무 좋아하여 지금도 황폐한 땅에서 자람 터를 떠나 제방이나 철도 옆 경사지로 이사 와서 잘 살고 있다. 녹음이 짙어갈 때 보라색 꽃으로 우리의 눈을 유혹한다. 지나는 사람들의 코를 자극한다. 관심이 없으면 이름, 꽃 색깔, 향기도 모를 것이다.
꽃이 열매가 맺으면 아주 야물어서 콩 열매로 작은 원주형 돌기가 있고, 콩팥 모양 종자 한 개가 들어 있다. 식물체에 8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오랫동안 달려 있기도 하여 사람들에게 “은근과 끈기”를 가르쳐 주고 있다.
5~6월 고향 시래천 도랑둑을 거닐다 보면 족제비싸리나무의 새 가지마다 끝에서 흑자색 족제비 꼬리의 형상으로 꽃이 피어서 송이꽃 차례로 달려 있다. 수술이 꽃잎보다 훨씬 길고, 황색 꽃가루가 많다. 멀리서 보아도 족제비 꼬리를 흡사 닮았다. 참 신기하다.
때맞춰 족제비싸리나무가 꽃 피울 때면 바쁘더라도 고향 한 번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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