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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둑새풀 촛불 잔치하다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02일(금) 15:50

↑↑ 멀 리 서 ▲ 보면 촛불 같다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추운 겨울이 지나고 흰나비 팔랑거리는 봄이 되었다. 봄이면 세상의 만물이 소생한다. 나뭇가지에 새잎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땅바닥에 나서 자라는 수많은 풀 종류에서도 싹이 나서 자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온통 녹색 밭이다. 우리는 해마다 식량 조달을 위하여 논에다 보리 심으려고 가을에 씨 뿌려 둔다. 논보리 밭이다. 어김없이 둑새풀이 보리보다 많이 자라서 곡식과 구분이 안 된다.

둑새풀은 그 이름도 무섭다. 경상도에서는 “독새풀”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보리밭에서 뱀이 잘 나오기 때문에 이런 풀이 자라난 곳에 살기에 이름 붙였다고 전해온다. 또 둑새풀이 잘 죽지 않기에 원망하는 이름 같기도 하다.

둑새풀은 보리와 같이 생존하는 두해살이 풀이다. 오뉴월에 꽃 피고, 꽃이삭은 원기둥 모양에 연한 녹색이다. 잎혀는 꼭 반달 모양 또는 달걀 모양이다. 생명력이 지독하다. 마치 독사처럼 생명력이 끈질기다.

무논의 둑새풀은 잘 자라 있으면 낮에 보아도 그 꽃핀 모양이 마치 촛불 켜서 꼿꼿이 들고 서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무논에서 자라는 둑새풀은 참 고맙다. 바로 논갈이로 인하여 갈아엎으면 자연 퇴비가 되어 농사의 밑거름으로도 훌륭하다.

논보리밭에서는 둑새풀이 무서운 존재이다. 사람의 노동력을 배가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공부하게 된 이유는 논보리 밭매기 싫어서이었다. 하루 종일 논보리밭 매도 반 고랑을 못 매었다. 그렇게 둑새풀은 많이 자라나고 있다. 마치 둑새풀이 촛불 켜서 들고 앞에서 보리에게 약 올리듯 하기 때문이다. 밭둑에 둑새풀은 꽃이 피기 전에 베어다 소여물 쑤는데 넣으면 적격이다. 그 많은 둑새풀과의 전쟁은 끝이 안 보인다. 그리고 이 풀은 너무 잘 자란다.

요즘은 밭의 둑새풀에 제초제를 뿌린다. 누런 황색으로 변하고 만다. 그 촛불 둑새풀은 그렇게 죽어 없어진다. 그 둑새풀은 사라졌지만 땅 힘 돋우기에는 문제가 생긴다. 둑새풀 벨 사람이 없으니 우선 급한 대로 자꾸 농약만 칠뿐이다. 우리나라 농토가 날로 산성화로 악화되고 있다.

이제 들판에 자라나던 둑새풀의 촛불 행사는 사라지고 있다. 무서운 농약이 무제한 살포되어 뱀이 나온다던 그 이름의 둑새풀도 사라지니 온통 누렇게 뜬 풀의 시체 더미일 뿐이다. 채소 키우고 농사지을 밭의 흙이 너무 아파 운다.

밭둑의 둑새풀 무리는 사람의 손으로 제거하여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여 실행하지 못한다. 농촌의 땅은 그대로 자꾸 죽어가고 있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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