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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좁쌀 한 알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16일(금) 14:17

↑↑ 씨알이 달린 조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씨 중에 가장 작은 씨앗은 “겨자씨”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겨자씨를 일상생활에서 잘 볼 수 없다. 우리나라 쌀·보리·콩·조·기장 등을 오곡이라 부르는 데 이 중 조는 껍데기를 벗기고, 음식 해 먹으려면 “좁쌀”이라 하여 “조” 글자 밑에 “ㅂ”이 추가되어 “쌀”과 합성어가 된다. 좁쌀 한 알!

조는 우리나라 1963년에 대량생산 이후부터는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해에 나는 국민학교 졸업하고 서당 다니면서 집안의 소소한 농사일하던 시절이다. 그때는 오늘날과 달리 저수지가 없어서 날이 가물면 거의 천수답이라 오로지 하늘이 내려주는 비만 바라보던 시절이다. 한해(寒害)오면 논농사 짓기가 어렵다.

1963년 그해 기다리던 비가 오지 않는다. 마침내 6월 21일 전후 하지까지 비가 오지 않는다면 모내기는 할 수 없다. 그 시절에는 참 많이도 가물었다. 봉천답을 가진 우리 집에는 하늘의 비만 기다리다 어쩔 수 없이 조 씨앗을 뿌리기 위해 창고에서 씨앗을 끄집어내었다. 황소에 쟁기 매워 논바닥에 골을 타는데 바닥 깊이까지도 물기가 없어서 흙먼지가 마냥 날린다. 그래도 조를 파종하였다.

조는 모내기 시기를 넘긴 하지 이후 6월 하순에 파종하여도 잘 자란다. 조는 발아 후 열흘 정도 지나면 뿌릴 때 너무 많이 뿌리면 조밀하여 솎아준다. 또 북돋아 주기와 김매기를 함께 실시하고, 그 뒤 열흘 간격으로 두세 번 실시한다. 고르게 잘 자라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덩달아 풀이 자라면 조밭을 매야 한다. 조밭 매기도 논보리밭이나 마찬가지로 꼭 같이 매 주어야 한다. 조밭 매기도 힘들다.

잘 자란 조의 줄기는 둥글고, 속이 알차며 잎의 길이는 길고 무성하다. 이삭은 실하게 자라서 생산량이 많아진다. 조도 다 자라 익으면 베다가 타작하여야 한다. 열매는 작지만 둥글고 노란색을 띤다. 껍질을 벗긴 좁쌀도 역시 노랗다. 조밥을 해도 똑같이 샛노란 색으로 보기에는 아주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이를 밥해 먹으면 몇 숟갈만 먹어도 밀리고 만다. 날 가문 해는 조밥으로 때운다.

어렸을 때 좁쌀과 보리쌀을 섞어 밥을 하면 “조밥”에 숟가락이 안 가고 저절로 “보리밥”에 숟가락이 먼저 가고 만다. 날은 가물어서 벼농사가 안 되어 조가 구황작물로 연명하게 된다. 좁쌀로 밥하여 콩고물이나 팥고물을 묻혀 조 떡을 해 먹었다. 이도 조금 먹으면 또 밀리고 만다.

노란 작은 좁쌀 한 알이라도 얻기까지 농부는 비가 오도록 기다렸다. 마음 졸이었던 것과 함께 힘든 밭매기를 한다. 작고 노란 좁쌀 한 알을 얻었다.

크기를 빗대어 작고 좀스러운 사람이나 물건을 “좁쌀”로 비유한다. 흔히 나이 어린 조무래기 친구를 비유적으로 “좁쌀친구”라고도 하였다. 좁쌀 한 알!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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