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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 종합청렴도가 또다시 하락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경주시는 3등급을 받았다.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1등급을 기록했던 경주시는 2024년 2등급으로 내려앉은 데 이어, 올해 다시 한 단계 떨어지며 2년 연속 하락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숫자 하나의 변화로 치부하기엔 시민이 느끼는 실망감과 행정에 대한 불신은 결코 가볍지 않다.
주낙영 시장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자성하고 있다”며 일부 직원의 일탈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렴노력도는 1등급으로 상승했지만, 민원인과 내부 공직자의 설문으로 이뤄지는 청렴체감도가 4등급까지 추락하며 종합등급을 끌어내렸다. 제도와 계획은 우수하나 시민이 느끼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평가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문제는 청렴도 하락의 원인을 여전히 ‘극소수 직원의 일탈’로만 한정 짓는 인식이다. 물론 개인의 비위나 음주운전과 같은 사건은 조직 전체에 큰 타격을 준다. 그러나 청렴체감도가 두 단계나 하락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사건 하나로 설명되기 어렵다. 민원 처리의 공정성, 인허가 과정의 투명성, 행정서비스의 친절과 신뢰도 등 시민과 매일 마주하는 행정 전반에서 불만이 누적돼 왔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청렴은 선언과 교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평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체감도는 행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대한 시민의 판단이다. 민원이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되는지, 설명은 충분했는지, 불필요한 눈치나 관행이 개입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총합이다. ‘부패가 없었다’는 소극적 기준만으로는 청렴한 행정이라 할 수 없다. 불친절과 불신 역시 시민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부패로 인식될 수 있다.
더욱이 경주시는 지난해 대형 국제행사인 APEC 정상회의를 치르며 전 공직자가 친절과 봉사를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체감도 평가가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은 형식적 캠페인과 실제 행정 현장 사이의 간극을 돌아보게 한다. 청렴노력도 1등급이라는 성과가 시민의 신뢰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그 노력의 방향과 내용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익숙한 유감 표명과 종합대책 수립이라는 공식적인 대응이 아니다. 인사·예산·사업 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 강화, 민원 처리 등 전 과정의 공개와 책임성 확보, 조직 내부의 관행과 눈치 문화를 바꾸겠다는 분명한 리더십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다면 내년 평가 역시 같은 결과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청렴도는 점수가 아니라 신뢰의 지표다. 경주시가 이번 하락을 일시적 사고로 넘길지, 행정 전반을 되돌아보는 전환점으로 삼을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일부의 일탈’이라는 설명을 넘어, 시스템과 문화의 문제를 직시할 때 비로소 경주시의 청렴도는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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