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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비상임이사 인선이 임박하면서 경주에서는 “이번 만큼은 지역 경제인이 임명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그동안 정치적 보은 인사가 반복되며 한수원도, 지역경제도 실질적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뼈아픈 경험에서 비롯된 요구다. 경주시민들은 지역경제의 중심축인 경주상공회의소가 추천하는 경영 전문가가 비상임이사로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수원이 이제라도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의 인선 구조다. 비상임이사는 경영 감시, 정책 자문, 이해관계 조정 등 기업 운영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실제 임명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돼 왔다. 역대 비상임이사 중에는 영덕 부군수, 지방의회 의장, 체육회 사무국장 등 에너지 산업이나 경영과는 무관한 인사들이 다수였다. 이들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문제 제기나 견제 기능에는 무관심한 채, 경영진 결정에 무조건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만 수행해 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경영 감시는 사라지고 개인적 이권 개입만 반복됐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비상임이사는 명백히 ‘전문가 자리’다. 임명 기준에도 경영 지식, 산업 이해, 윤리 의식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자격과 무관한 보은 인사가 자리만 차지하며 역할은 하지 않는 구조가 고착됐다. 연봉·복지혜택은 누리면서도 경영 투명성 확보와 지역경제 기여라는 책무는 외면해 왔다면, 이제는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끊어야 한다.
경주시민들이 경제인 임명을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수원이 2016년 경주로 이전한 이후 지역경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한수원이 매년 지역 중소기업에 1천억 원 가량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대출 300억 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대출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실질적 수혜자가 적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업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비상임이사에 필요하다는 것이 시민들의 주장이다. 경주는 관광·제조·서비스업이 복합적으로 얽힌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한수원의 투자 방향 하나가 수많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도 한다. 경영 경험을 갖춘 경제인이 이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면 지역경제의 문제를 보다 전략적으로 제기하고, 실효성 있는 상생 정책을 끌어낼 수 있다. 이는 한수원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는 한수원뿐 아니라 원자력환경공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두 공기업은 경주 경제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이사회가 지역의 미래를 공동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요구는 정당하다. 경주상공회의소 역시 추천 요청이 있다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덕망 있는 인사를 추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월 중 한수원 사장 임명이 예정돼 있다, 새로운 비상임이사 인선도 곧 이뤄질 것이다. 이번 인선은 한수원이 지역의 목소리를 실제 경영에 반영할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정치적 보은 인사가 아닌 지역경제를 이해하는 경제인을 비상임이사로 임명할 때, 한수원은 비로소 지역과의 진정한 상생을 실천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제 한수원은 경주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역 경제인을 비상임이사로 임명해 지역경제 발전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 그것이 경주시민의 신뢰에 응답하는 길이며, 한수원이 책임 있는 공기업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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