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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신·망라사방” 경주가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길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1월 30일(금) 16:40
↑↑ 박병훈(국민의힘 중앙당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 황성신문
경주의 문화는 언제나 길 위에 있었다. 왕경으로 향하던 고대의 길부터 바다와 대륙으로 뻗어나가던 근대의 철길까지, 경주역은 그 모든 숨결이 교차하며 겹치던 자리였다. 이곳은 단순히기차를 타고 내리는 장소가 아니라, 경주가 바깥 세상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세상으로 내보내던 가장 역동적인 관문이었다. 이제 기차는 더 이상 서지 않지만, 우리는 다시 질문을 던져야한다. 폐역이 된 이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 물음은 곧 APEC 이후 경주가 세계와어떤 방식으로 연결될 것이며, 천년의 문화를 어떻게 미래의 가치로 변모시킬 것인가라는 시대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지난 APEC은 경주를 세계라는 무대 위에 내놓은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경주는 화려한 초고층빌딩이나 속도감 있는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았다. 대신 천년의 세월이 깃든 유산 위에국제적 의제를 올리고, 전통과 현대가 충돌 없이 공존하는 미학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덕을 쌓아 업을 날로 새롭게 한다는 ‘덕업일신(德業日新)’의 현대적 실천이라 믿는다. 행사는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전시, 의전, 아카이빙, 콘텐츠 제작의 경험은 경주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 이 실제적인 ‘일’들을 경주의 미래로 치환할 장소가 필요하다면, 그 출발점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곳은 단연 구 경주역사여야 한다.
구 경주역을 특정 건축물로만 소비하는 것은 이 장소가 품은 시간의 무게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일이다. 이곳은 ‘살아있는 문화복합 공간’으로서, 특히 청년들이 경주의 자산을 직업으로 삼는 ‘문화의 공장’이 되어야 한다. 역사 내에 들어설 청년 거점은 단순한 취업 상담소에 머물러선 안 된다. 문화재 수리 현장을 유리 벽 너머로 가감 없이 공개하고, 전통 공예와 현대적기획이 만나는 배움의 장이 되어야 한다. 목수, 석공, 단청장 등 장인들의 기술이 청년의 감각과 만나 ‘전공’이 되고 ‘직업’이 될 때, 덕업일신은 추상적인 표어를 넘어 생생한 일상으로 구현될 것이다.
이러한 내실은 자연스럽게 세계를 향해 그물을 펼치는 ‘망라사방(網羅四方)’의 철학으로 확장된다. 망라사방은 힘으로 사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엮일 수 있는 포용의 그물을 조용히 펼치는 일이다. 구 경주역에 유네스코 관련 사무소나 국제문화 교류 거점을 유치하는 상상은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유산 보존과 문화 정책, 글로벌 인턴십이 이곳에서 상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경주는 일회성 행사의 도시를 넘어 세계의 인재가모여들고 다시 뻗어 나가는 국제적 문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APEC은 경주를 세계로 밀어 올린 것이 아니라, 경주가 이미 품고 있던 세계성을 재확인해 준 계기였다. 이제 구 경주역은 그 세계성이 머무는 종착역이자,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기차는 멈췄으나 경주의 시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일 배우고, 매일 고치며, 매일 새로 일하는 덕업일신의 정신이 이 공간을 채울때, 망라사방의 그물은 경주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사라진 경주역은 그렇게 가장 경주다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여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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