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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은하수를 건너다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2월 06일(금) 13:51

↑↑ 초가에 은하수 쏟아진다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시골 여름날 노을이 지면 산그늘 내리고, 어둠 묻어 짙어진다. 어둑해지면서 아버지를 따라 일 나갔던 머슴 둘이 소 몰고 지게에 쟁기 얹어 힘겹게 도착한다. 우리 집 충견 라시도 사람들이 많다고 컹컹 짖어 준다. 수탉이 울 시간도 아니면서 꼬끼오!”하고 울면서 암탉들 사이에 꼭 끼어 있다고 스스로 알린다.

저녁나절에 미리 우리 집을 찾아온 무전여행 도시 대학생 둘이 찾아 들었다. 대학에서는 방학을 초등학교보다 훨씬 빨리하나 보다. 전국으로 다니는 여행 중에 신라 천 년의 고장 경주에서 삶의 공부 시작하겠다고 큰 포부 밝혀 인색한 아버지의 마음을 열었다. 함께 일 돕는 조건으로 밥 먹고, 자는 것을 허락하였다.

어둠살이 내려서 마당 너른 곳과 외양간의 소들은 모두 끈 묶이었다. 사랑채 부엌에는 쇠죽 끓이는 냄새가 진동한다. 닭은 어두워지면 스스로 집 찾아든다. 오소리나 삵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처마 밑에 달린 닭 통으로 모인다. 내가 홰 놓아두면 한 마리씩 제집 찾아 올라간다. 모두 들어가고 나면 닭 통 문 잠근다.

전기도 없던 시골이라 큰 채 처마 밑에 남폿불 내다 걸면 어둠에서 밝은 눈 찾았다. 멍석 모두 들고나와 마당에 편다. 셋째 누나 잔치 상차림처럼 개별로 개다리소반에다 차린다. 시골에서 저녁 한 번 먹기가 거창하다. 모였다 하면 스물네다섯 여명이다. 개별 상차림에 보면 반찬도 여러 가지로 그 종류가 많다.

저녁 먹기 전 중 머슴, 꼴 머슴은 낮에 베어다 둔 쑥을 등겨 더미에 불붙여 두어 서서히 연기가 집안 가득 깔린다. 연기에서 나는 그윽한 쑥 향기는 코를 즐겁게 한다. 덤으로 극성스러운 모기들이 그 냄새에 도망간다. 시끌벅적하던 우리 집에 저녁상 차려지면 수저 들고 놓는 소리만 들린다. 간혹 하늘에서 별똥별이 흐른다. 하늘에는 어렴풋이 은가루 뿌리듯 은하수가 가로질러 나타난다. 밥 먹고 저절로 대학생들의 도시 생활 이야기로 꽃피운다. 나는 귀동냥 하기 바쁘다.

도시에서는 전깃불이 있다. 자동차가 많고, 대학교가 있어 높은 학문을 탐구한다. 외국 문물이 직수입되어 여학생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닌다. 이런 구수한 이야기로 초교 일 학년 소년에게는 꿈이다. 도시에는 전깃불로 은하수가 안 보인다. 소년은 도시 문화가 머릿속으로 막 그려지고 있다. 그렇게 새 문화 얻는다.

멍석과 밀 방석에 드러누워 은하수 이야기 들으며 내일 위하여 잠이 든다. 셋째 누나와 엄마는 다림질 계속한다. 밤 깊은 시간이라 방마다 잠잘 곳 찾아들고, 멍석은 돌돌 말리어 내일 저녁에 만나자고 약속하고, 벽에 쌓인다.

하늘의 은하수는 밤새 가로질러 북극성을 기준으로 360도 회전한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만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은하수를 건넌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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