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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손칼국수 밀다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2월 13일(금) 14:18

↑↑ 손칼국수 한 그릇에 배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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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떻게 해서라도 끼니 한때 때우는 것이 그날 하루 삶을 살았다는 증거일 때가 있었다. 예전엔 웬만하면 집마다 점심 없다. 일하러 나가는 일꾼들에게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챙겨 주어야 하였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집에 있으면 점심을 거의 굶고 살았다. 사실 없어서 굶는 것이 아니라 재산 늘리려고 안 먹고, 굶어서 축적하는 것이다. 그렇게 재산 모으는 데 총력을 집중한다.

그래도 그날 다른 손님이 와 있을라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그것도 쌀로써 밥하는 것이 아니라 앉은뱅이 통밀인 밀가루를 준비한다. 집에서 만드는 손칼국수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끼니를 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손칼국수를 만든다. 마당에 멍석 폈다. 둘레 판* 다리를 접어서 바닥에 낮게 놓았다. 벌써 엄마는 스테인 레스 양푼에다 담은 밀가루에 물 부어 반죽을 시작한다. 반죽을 시작하였으므로 부족한 물은 물바가지에 떠다 놓고 나에게 조금씩 부어 달라고 하였다. 이때 물을 한꺼번에 많이 부어버리면 반죽 버린다. 손님과 이야기하면서도 계속 반죽한다. 다른 말로 “치댄다.”고 하였다. 비록 치대는 데 힘이 들지만 이것을 잘하면 탱글탱글한 손칼국수 먹을 수 있기에 엄마는 팔 아파하면서도 힘들게 반죽 해댄다.

나에게 둘레 판 위에 흰 밀가루를 뿌려 달라고 하였다. 반죽하던 밀가루 뭉텅이를 얹고서 옆으로 펴고, 홍두깨로 밀기 시작하였다. 누가 이러한 방법을 가르쳐 주었을까? 밀가루 반죽하고, 짓누르면 손칼국수 만들 수 있다고 하였을까? 어린 나의 눈에서는 참 신기하였다. 온통 둘레 판 전체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밀어내었다. 홍두깨에다 붙여 감으면서도 누른다. 사이에 밀가루를 흩뿌려 붙지 않도록 한다. 그렇게 손칼국수를 준비하고, 조금 있으면 또 재주를 막 부린다.

작은 상 놓고 도마 위에 손칼국수 뭉텅이를 얹어 칼로 적당한 크기 맞추어 재바르게 썰어댄다. 한 손으로 썰어 둔 국수가 서로 붙지 말라고 흩어놓는다. 곧 손칼국수가 만들어진다. 마당 한편에 솥 걸어서 이미 물은 끓고 있다. 고명으로 애호박을 썰어 두었다. 소금과 조선간장, 작은 멸치까지 준비하여 두었다. 이제 손칼국수가 제법 맛나게 잘 끓이어진다.

마치 장사하는 국수 식당처럼 손칼국수 끓여낸다. 오신 손님과 함께 그날은 맛난 점심시간이 된다. 제법 후루룩 소리 내면서까지 먹는 맛난 성찬의 한 끼니이다.

어린 날 손칼국수 한 그릇이 지금도 생각난다. 나는 걸쭉한 국물이 더 좋다.

*둘레 판 : “두리반”의 방언. 크고 둥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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