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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가설극장의 추억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3월 04일(수) 14:26
↑↑ 가설극장의 진풍경
ⓒ 황성신문
1964년 여름이다. 불국 새 시장 옮긴 이 주년 홍보 차원에 일주일간 가설극장이 들어왔 다. 낮에는 시장, 밤이면 말뚝 박고 긴 대나무 활대를 세워 광목으로 가림막 쳐서 영사기, 대형 스크린만 설치하면 뚝딱 가설극장 된다.
오후에 삼발이트럭 빌려다가 확성기를 설치하여 불국사 근방 동네마다 다니며 홍보 하였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시민 여러 분! 이번에 어렵게 구한 필름 「성난 능금」 으로 ‘불국공설시장’에서 저녁 일곱 시부터 영화 상영합니다. 입장객에게는 복권 드립니다.
금반지, 송아지 한 마리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옵니다. 많이들 오셔서 관람하시고 상금 타시기 바랍니다.” 신파극 조로 홍보하러 다닌다.
나는 돈이 없어 가설극장 영화 구경을 갈수가 없다. 그러나 마침 좋은 기회가 되었다.
왕고모 외손녀가 나보다 세 살 많은 처자이 었는데 저 외가보다 넓은 우리 집이 좋다고 마냥 놀러 왔다. 세 살이나 많아도 나보고 꼭 “외아제!”라고 불러 주었다. 저녁 먹고 가설극장 영화 보러 가자고 졸라대었다. “외아제! 영화 보러 같이 가요. 난 촌에 살아서 영화를 아직도 못 봤소.” 자꾸 졸라대니까 엄마가 돈을 만들어 주면서 “함께 조심해서 갔다 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조금 걱정되었다. 항렬만 높았다. 처녀를 데리고 간다는 것에 여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사하촌 연애 박사 떠꺼머
▲ 가설극장의 진풍경
리총각들이 우글거렸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었다. 입장료는 1인 50원, 입장권에 넘버링기로 시퍼런 색 잉크의 날짜와 번호를 찍어두었 다. 단, 복권은 일주일 후 영화 마지막 상영 끝나고 포장 걷을 때 시상한다. 계속 영화 많이본 사람이 그만큼 상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 시절에 참 위대한 상술이다.
“성난 능금”에 풋풋한 엄앵란이 선생님으로 나오고, 형사로 김희갑이 출연하였다. 그시절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요, 재미났다.
영화가 상영되고 줄거리에 흠뻑 빠져들었 다. 그곳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선 채로 관람 하여야 한다. 상영 중 그만 필름이 끊어져서 천지가 순간에 캄캄하였다. 사하촌 관광지 떠꺼머리총각들이 시골 처녀 영화 구경하러 온것 알고 무엇을 건드렸는지 죽는다고 자지러 지는 소리가 들리었다.
필름이 이어져서 다시 상영되었다. 언제 그런 아비규환이 있었든가 하듯 모두 조용히 영화만 감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필름이 끊어진 횟수가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아비규환이다. 그 왕고모네 생질녀는 이를 재미 (?) 내었는지 밤마다 영화 구경 가자고 졸라 댔다. 엄청 난감하였고, 무척 불안하였다. 가설극장은 연애 장소인가? 그래도 그 시절 그추억은 많이도 그립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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