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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눈썹차양 하는 엄마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3월 13일(금) 13:19

↑↑ 불국사 기차역이 보이는 언덕에서
ⓒ 황성신문
1949 기축년 사월 해 길고 긴 날이던 열이 틀에 나는 처음 이 세상의 빛을 만났다. 엄마는 마흔넷에 날 낳으려던 날 천연두 마마를 앓았다. 그 후 엄마는 코 부분에 곰보가 되었 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를 낳아 길러 준고마움을 늦은 나이가 들어서야 이제 알게 되었다. 참 형광등의 수준이다.
엄마는 열 자식 낳아 기르며 논ㆍ밭농사와 길쌈으로 평생 고생만 하였다. 특히 자식 많이 낳아서 손과 다리는 관절염이 왔다. 늘 신경통 하얀 알약을 복용하였다. 수시로 베틀에 올라앉아 허리춤을 묶어야만 하였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도 종일 베틀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매일 두석 자씩 베를 짰다. 날줄 그 작고 가는 한 올로 바디 치면서 아팠음에도 씨줄 늘려 베를 차곡차곡 짜내는 것이다.
국교 졸업 후 서당 가서 공부하였다. 아버지 개똥 교육철학이 참 싫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 부모에게는 표현도 못 하였다. 마냥 혼자만 속 끓이다가 강의록으로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 그러나 뭔가 부족하여 시험 치러서 장학금을 받았다. 무엇보다 학자금이 없다.
해결 방법은 스스로 돈벌이하여야 할 뿐이다.
아버지가 무서워 집에도 못 들어가고, 큰 누나 집에 얹혀서 아침밥과 잠을 해결하였다.
점심과 저녁은 스스로 내 돈 벌어 해결하였 다.
한 번 집에 갔다가 아버지에게 붙잡히어 가방 빼앗기고 책은 부엌 잿더미 속으로 던
져졌다. 엄마는 부리나케 책을 끄집어내어 책가방에 주워 담아 울타리 사이로 내어주었다.
“공부하려거든 집에 오지 마라.” 아주 부드러 운(?) 말 한마디가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명령으로 내리었다. 참 모두가 무정하다. 내가 무슨 몹쓸 전염병에라도 걸린 것인가? 닭똥처럼 흐르는 눈물은 감당조차 안 된다. 대장부는 울음도 참고, 속으로 울어야 한다.
어린 나는 기가 찼다. 눈물 훔치며 돌아서는 것 보지 않으려고 엄마는 고개마저 돌리었 다. 그 후 아르바이트는 무엇이든 모두 하였 다. 가정교사, 봄에는 어른께 편지글 써드리 기, 여름이면 모내기 막일하였다. 가을에는 타작하기, 겨울에는 일이 없다. 그래도 가정교사 일자리가 있다. 아버지와 만남이 무서웠다. 엄마 만나러 가기도 어려웠다. 홀로 버려진 천 애 고아일 뿐이다.
신학문 하려는 데 못 하게 한 아버지의 원망은 평생 뼈에 사무친다. 엄마는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였다. 그냥 속수무책이 다. 엄마는 병약한 막내가 신학문 한다고 나가 돈 벌고, 공부하려는 자식을 늘 마음으로만 그리워하였다.
엄마는 매일 집 뒤 높은 언덕에 홀로 앉아 혹시 막내가 올까 기차역에서 내려오는 들판의 빈 논둑길만 바라보았다. 햇빛에 눈 시리면 눈썹 위에 손으로 가려 멀리 바라보는 “눈 썹차양”하고 기다렸노라고 돌아가시기 전에 서야 고백처럼 들려주었다. 공부(工夫)*1가 대체 무엇이기에 엄마는 왜 눈썹차양하고 기다렸을까?
*공부(工夫) : 학문을 배움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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