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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객귀야 물러가라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3월 19일(목) 16:32

↑↑ 헷 세이! 석 물러가라!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셋째 형이 문상(問喪)갔다 집으로 돌아오 면서 정신없이 아파하였다. 이를 보던 엄마는 영문을 몰라 쩔쩔매다가 그제야 알아차렸다.
나는 “사람이 왜 아무렇지도 않다가 갑자기 아플까 참 이상하다.” 생각하였다. 엄마는 바로 상가에서 따라온 객귀(客鬼)가 붙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삶의 노-하우가 밴 것이다.
객귀란 무엇인가?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 니던 귀신을 잡귀(雜鬼)라 하였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남루한 형편의 “뜬 귀”가 된 것이다. 객귀가 사람의 몸에 침입하면 탈이 나서 갑자기 병으로 앓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고치려면 발병의 원인인 객귀를 물려야 한다. “얼른 다녀오너라. 신(神) 할머니 기장댁에게 객귀 물려달라고 전해라.” 바로 기장댁 할머니 모셔왔다. 곧장 객귀 물리 기를 실행하였다.
벌써 해 거름이 다 되었다. 할머니는 가장 먼저 된장국을 준비하라고 한다. 된장 끓는 냄새가 강하여 부엌에서부터 퍼져 나갔다. 객귀가 살아있을 때 그 맛에 길들이어져 군침 흘린다. 여기에 먹다 남은 밥과 반찬, 나물, 소금, 팥, 숯을 넣었다. 된장 국밥은 반드시 바가 지에 담아서 객귀에게 먹이어야 한다. 그것은그 바가지가 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엌칼로 환자의 머리둘레에다 세 번 휘저 었다. 이때 “갑진년 사월 초이틀 성주, 조상을
▲ 헷 세이! 석 물러가라!
물리는 것이 아니라 객귀 잡신을 물리고자 합니다. 앉아서 못 먹었다, 서서 못 먹었다 말고, 진 눔은 먹고, 마른 눔은 싸 가지고, 산 좋고물 좋고 경치 좋은 데 가서 썩 물러나라. 아니 물러나면 대칼로 목을 찢어 형산강에 떨어뜨려 국내, 장내도 못 맡게 할 것이다.” 위협적인 주문을 냅다 쏟아 읊어댔다.
부엌칼로 환자의 머리카락을 세 번 뜯어서 바가지에 넣는다. 환자는 침을 바가지에 세번 탁~ 탁~ 탁~ 세차게 뱉어내게 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머리카락과 침이 객귀가 침입한 환자의 혼백 또는 환자 자신을 상징하는 것같다.
기장댁 할머니는 셋째 형 방에서 나와 방 안의 모두 불을 껐다. 방문을 “쾅!”하고 세차게 닫았다. 부엌칼로 방문에 엑스 자 표시를 서너 차례 그어댔다. 소금이나 콩ㆍ팥 등을 역시 세차게 여러 번 문에다 뿌렸다. 또 왼발 로 마당을 세 번 힘차게 쾅 구르되 한 번 구를 적마다 “헛~세이! 헛~세이!”라고 외쳤다.
마당에서 대문 쪽에다 부엌칼을 냅다 던졌 다. “객귀가 붙어 있으면 아픈 상처 싹 걷어 가고, 이 밤이 가기 전에, 저 해가 뜨기 전에 물러서라!” 고함친다.
힘차게 던진 칼의 뾰족한 끝부분이 바깥쪽 으로 향하였으므로 객귀가 물러갔다 하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셋째 형은 정말 씻은 듯나았다. 너무 신기하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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