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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등꽃 아래서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4월 12일(일)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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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 귀소본능이 저절로 생기
는가 보다. 간밤에 꿈도 어린 날 살았던 고향
의 금모래 밭에 뒹굴고 있지 아니하였든가?
불현듯 내 고향이 보고파 공휴일 아침을 부산
하게 만들었다. 느닷없이 일행(흔히, 둘째 아
들 기사, 난 조수, 내자와 큰 처제는 귀빈) 넷
은 의기투합하여 고향 경주를 찾아 나섰다.
그날도 무턱대고 생수, 끓인 물, 모자, 장갑,
동전 지갑만 챙기고 출발하였다. 비록 한나절
치기 짧은 여행일지라도 집을 나선다는 것에
는 아이나 어른이나 들뜨고 신나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모두가 똑같은 심사이다.
단숨에 경부고속도로를 내달리다 영천 산
업도로로 빠져들었다. 첫 휴게소에 도착하였
다. 단골로 가는 로드카페 이름이 “아화(阿火)
휴게소”이다. 차가 멈춰 서기 바쁘게 동전 주
머니 들고 가장 먼저 차에서 내린다. 누구에
게 물어볼 의향도 없이 먼저 가는 곳은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다. 여기는 고속도로
휴게소보다 예전에는 값이 쌌다. 넉 잔의 커
피 뽑는 동안 저절로 줄 서서 종이컵 커피를
한 잔씩 들고 불의 언덕, 아화의 언덕 위에 있
는 등나무 휴게소로 나선다.
늘 고향 산천은 언제 보아도 반갑고 즐겁다.
저 멀리 오봉산이 우리를 맞이하고 그 뒤로
구름이 산허리를 둘러싼 단석산(827m, 경주
제일 높은 산)이 지켜본다.
“아, 등꽃이 피었네.”
큰 처제가 자연의 변화에 가장 눈 밝게 느
껴 말한다. 우리도 관심을 보이며 등꽃 핀 아
래에 넷이 모인다. 누구의 시를 읊었다. “등을
보이고 떠나는 사람의 등 뒤를 등꽃이 핀다.”
땀이 날 정도로 더운 시기라 등꽃이 피어있는
등나무 그늘에 진한 향기의 커피 마시며 코로
는 연신 등꽃의 향기도 섞는다.
등나무 줄기가 왼 돌아감아 올라 파고라
(pergola) 덮었다. 줄기 따라 잎이 자라면서
만든 넓은 그늘이 좋아 들릴 때마다 그곳에
서 고향 소식을 톡 맛본다. 앉아서 저 먼 하늘
에 연보라색 주렴 만들어 풍경을 새롭게 만든
다. 대구선 기찻길에 긴 화물이 지나간다. 애
기 지(池) 아래에 그 기적소리 녹음 한다.
일어서서 등꽃을 본다. 연보라색 속 꽃잎을
부여잡듯 흰색 꽃잎이 감쌌다. 마치 한 마리
의 나비 같다. 두 뼘가량의 꽃줄기에 송이채
로 매달려 팔랑거린다. 등꽃에 취해 그만 자
리를 떠나지 못하고, 바람과 등꽃 향기 자꾸
들이마신다.
다시 바람이 일면 등꽃이 나비 되어 날아가
버리듯 한다. 등꽃 콩꼬투리 녹색 열매도 등
꽃 향기 맡으면서 함께 익는다.
어린 날 심심하여 봄 등꽃과 제비 한 마리
곁들이어 소품 그림을 그렸다. 벽에 붙여둔
그림은 집 방문객마다 한 장씩 떼어내 가져가
버렸다. 등꽃 그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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