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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돌담 만나다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4월 17일(금) 15:54

↑↑ 초가에 돌담길은 어울린다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어릴 때 살았던 초가집에는 돌담이 없었고, 살아있는 나무울타리이었다. 늘 돌담이 있는 어디 민속촌이나 하다못해 경주 양동 민속촌 이라도 한번 가보고 싶었다. 살면서 조금의 여유와 돌아보는 즐거움으로 전남 순천시 승주읍(昇州邑)의 “낙안(樂安)읍성”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물론 돌은 제주도가 단연 유명하 겠지만 그나마 순천으로 구경 가게 된 것도 다행이다.
광대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곡성으로 빠져 나갔다. 곧장 순천 승주로 갈 수 있다. 입구 찾으니 입장권 끊고, 가장 먼저 동문의 “낙풍루” 에 올랐다. 낙안읍성 성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 위의 길 따라 걸으니 “별감 집”이 나오고, “낙안객사”와 “동헌” 뒷부분이 보여 성 아래로 내려갔다.
TV에 자주 나왔던 동헌(“사무당”) 마당에 매를 치는 형틀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있었으면 한판 치고 왔을 텐데, 나이 들어 그만 쑥스 러워 나오고 말았다. 덩그렇게 높은 “낙민루” 앞을 거쳐 성내의 집마다 발길을 찾아 나섰다.
예전에는 집 짓고, 돌이 귀하면 나무를 심거나 마른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돌 모아 돌담 치기도 하였다. 돌담은 건축미학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쌓아 올린 그 모습이 너무나 아스라이 정겹다. 집마다 경계 이루고 밤에 도둑 막아주는 역할 한
▲ 초가에 돌담길은 어울린다
다. 그냥 집만 덩그렇게 짓고 나면 불안할 텐데 돌담 쌓아 집 지킬 수 있는 역할 한 것이다.
요즘은 그 돌담이 민속촌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곳의 집마다 민박하며 심지어 주점도 열어 수입 올리고 있었다. 일행은 그래도 동네 한 바퀴 돌아보는 재미에 뱅뱅 돌아다니며 돌담 이룬 모습을 스마트 폰에 담기 바빴다.
뿐만 아니고 돌담 곁으로 담쟁이, 온갖 꽃들이 피어 시골 풍정을 더욱 자아내었다.
돌담 돌아 나오는데 작은 샘, 옹 우물이 있어서 바가지로 물을 퍼내어 마실 수도 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들이 모두 모여 들었다. 아마도 바람이 나려나 그것이 걱정이 기도 하다. 골목이 시원하듯 하다. 그러나 흙 길 걸으니 땀이 맺힌다. 노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쉬어가자. 돌담 보인다.
돌담 사잇길로 민속주점이 보인다. 땀도 말릴 겸 주점에 들러 파전과 동동주를 청하였 다. 모처럼 가족 나들이에 목 축인다. 이곳에 앉아서 돌담을 쳐다보니 낮달도 슬퍼서 서산 기울었다. 이제 일어서야 한다.
민속촌에 돌담 보고 외국인이 우리 건축의 미학을 어떻게 느꼈을까? 우리 조상들의 혜안을 과연 알아차렸을까? 오묘한 돌담 쌓기는한 마디로 예술이다. 돌담에 구멍 있었으면 어여쁜 처녀들이 과객 구경도 했을 법한데 처자가 없다.
오늘은 승주 낙안읍성 올랐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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