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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뽕 따러 가세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4월 24일(금) 15:48

↑↑ 뽕잎 따는 소년이여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뽕잎 따는 처녀는 늘 화려한 도회지 밤이 그립다. 도회지에서는 고된 일 하지 않아도 화려함 속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는데 시골에서는 고된 일만 기다렸다. 머리에 수건 질끈 동여맨 처녀 농군들의 그 씩씩함은 유별나다.
우리 집에도 작은아버지와의 밭 경계선에 우리 집 뽕나무가 심기어져 있어서 해마다 춘․추잠을 먹이는 데 뽕잎이 많이 달린다.
뽕나무는 우선 잎으로 하여 누에의 밥이 된다. 뽕나무를 시골에서 귀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누에치기를 위하여 그렇게 심은 것이 다. 누에 치면 봄, 가을에 수입이 들어 오기 때문이다.
뽕나무는 고목에서 잎이 적고, 대신에 오디가 많이 열린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묘목 시장에서 신품종 뽕나무를 사 와서 심었다.
이듬해 줄기가 잘 자라 주면서 덩달아 잎도 넓고, 싱싱하여 누에 밥으로 하기에 너무 좋았다.
누에는 일 년에 두 번 친다. 봄에 치면 춘잠(春蠶)이라 하고, 가을에 치면 추잠이라 부른다. 엄마는 해마다 고치 생산하여 짭짤한 수입을 얻는다. 벼농사는 순전히 아버지 주도하에 생산되는 벼를 관리하여 논ㆍ밭 사고 형님ㆍ누나 결혼자금으로 사용되지만, 누에는 완전히 엄마의 노고에 대한 환금 수단이기 때문에 가장 든든한 과외 수입원이 된다.
엄마는 그도 그러할 것이 열 자식 키우면서 소소한 돈이 많이 필요한데 엄한 아버지라 시대적으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
춘잠을 크게 먹이었다. 누에 먹이는 규모는 봄에 고치 놓아두면 나방이 입으로 산 내뿜어 고치 녹인 후에 바깥으로 나와서 일백여 개의 알을 낳는다. 이를 종이에 직경으로약 4cm 정도로 말아 세워 놓고 그 속에 나방한 마리씩을 넣어놓으면 바닥에다 빙글빙글 돌면서 낳은 알이 가지런히 착석한다. 이를 “한 돌뱅이”라고 불렀다. A4용지 한 장이면약 열 개의 동그라미 모양 알을 얻게 된다.
다섯 매가 누에 한 장이라고 한다. 집에서 고르지 못하여 관에서 내어준다. 엄마는 봄에 새카만 벌레(蟲蠶)가 나오면 연한 뽕잎을 따다가 칼로 썰어 얹어두면 그때부터 누에가 자라난다. 하루가 다르게 크게 자란다. 비가 오면 뽕잎 따다가 일일이 물닦아서 습기 줄이어 썰어 준다. 그러나 사흘 후부터는 잎을 저절로 갉아 먹는다.
뽕나무 많은 집은 괜찮은데 뽕잎이 모자라면 밤에 뽕을 훔치러 간다. “뽕”의 영화에서 처럼 누에가 무엇인지? 그렇게 누에가 잘 먹는 뽕이 없으면 몸 팔아서라도 뽕잎을 얻는 다. 안협댁이 새삼스럽다. 그래도 뽕 따러 가세한다. 그래도 뽕잎이 부족하면 산에 산 뽕도 따러 간다. 오늘도 뽕 따러 가세.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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