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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정상인데 왜 이러지?”… ‘이 질환’ 이미 진행돼도 놓친다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4월 30일(목) 16:12
기억이 예전과 같지 않거나 자꾸 깜빡 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병원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다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 치기 마련이다. 다만 치매는 증상이 뚜렷해질 때가 되면 뇌 손상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뒤인 경우가 많다. 장 속 미생물은 그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었는데 이를 놓쳤을 수 있다.
검사 정상인데 혈액은 달랐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노리치 의학대학원 연구팀은 50세 이상 성인 150명의 혈액과 대변 샘플을 분석했다. 참가자는 세 집단으로 구분됐다. 인지기능이 정상인 군, 표준 검사에서는 정상이지만 스스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주관적 인지저하’ 군, 치매의 전단계로 분류되는 경도인지장애(MCI) 군이다.
연구팀은 혈액 속 장 유래 대사물질 33종을 측정한 뒤 인공지능 머신러닝으로 핵심 물질 6종을 가려냈다. 이 조합으로 세 집단을 구분 했을 때 분류 성능은 AUC 0.79로 나타났다. 개인의 치매 여부를 진단하는 수치는 아니지만 집단 간 패턴 차이를 일정 수준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건강한 성인과 경도인지장애 집단 간에서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핵심 6종 가운데 상당수는 트립토판 대사 경로와 연결된 물질이었다. 트립토판은 세로 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생성과 관련된 아미노 산이다. 인지저하 집단에서는 일부 대사물질 패턴 차이가 관찰됐다. 표준 인지 테스트를 통과한 주관적 인지저하 군도 마찬가지였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보주르 박사는 “기억 력이 막 변하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 서도 혈중 대사물질과 장내 미생물 모두에서 명확한 변화가 나타나 있었다”고 밝혔다.
치매는 이렇게 시작된다
치매는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처음 에는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지만, 본인은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 이른바 주관적 인지저하다.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일부에서는 이후 경도인지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객관적인 검사에서도 인지 기능 저하가 확인된다. 기본적인 생활은 유지 되지만 이전보다 분명한 변화가 드러난다.
이후에는 약 복용 관리나 금전 처리, 길 찾기 같은 일상 기능에 어려움이 나타나는 치매로 진행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 흐름 가운데 주관적 인지저하 시점에서 혈액 속 차이가 관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장이 뇌보다 먼저 아는 이유
장과 뇌는 이른바 ‘장뇌축(腸腦軸)’으로 불리는 구조를 통해 신경과 혈류로 연결돼 있다. 장내 미생물이 만드는 다양한 물질이 신경계 기능과 연관될 가능성은 이전 연구에서도 제시돼 왔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인지 저하를 직접 유발하는지, 아니면 이미 진행 중인 변화를 반영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뇌의 구 조적 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지 만, 장내 미생물은 식습관·스트레스·노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뇌가 아직 멀쩡해 보일 때 장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전에도 치매 환자의 장에서 이로운 미생 물은 줄고 염증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늘어난 다는 관찰 연구가 있었다. 동물실험에서는 늙은 쥐의 장내 미생물을 젊은 쥐에게 이식하자 기억력 저하가 나타났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다만 실제 사람의 혈액에서 장 유래 대사물 질을 측정해 증상 전 인지저하를 가려낸 연구는 많지 않았다. 이번 연구가 한 걸음 더 나아간 지점이다.
치매 예방, 이제 장에서 시작될 수 있다
공동저자인 퀸메리 런던대 사이먼 맥아서 박사는 “유의미한 뇌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치매를 조기 포착할 가능성을 열어준 연구”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식이 조절,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개인 맞춤형 영양 관리가 향후 치매 예방 전략의 접근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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