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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선거구 획정이 남긴 그늘…투표권·알권리 ‘흔들’
광역 5명·기초 2명 무투표 당선…국힘 비례 공보물 미제출 논란
2인 선거구 중심 구조·정당 공천 독점이 부른 민주주의의 위기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6월 12일(금) 15:26
이번 6·3 지방선거는 선거구 획정과 정당 공천 구조의 문제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광역 의원 경주지역 5개 선거구에서는 모두 국민 의힘 후보가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고, 기초의원 다선거구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후보 2명이 선출 정수와 같은 수로 등록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여기에 국민의힘 경주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들이 책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시민의 참정권과 알권리가 동시에 침해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특정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 다. 선거구 획정 방식, 2인 선거구 중심의 기초의원 선거제도, 특정 정당 우세지역의 공천 구조, 유권자 알권리에 대한 낮은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경주시 광역의원 선거구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기존 4개에서 5개로 늘었다. 외형상으로는 대표성이 확대된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5개 선거구(1-배진석, 2-최덕규, 3-최병준, 4-이동협, 5-박승직) 모두에서 국민 의힘 후보만 등록하면서 유권자들은 광역의 원을 직접 선택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광역의원은 경북도의 예산과 조례,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경주시 현안을 도정에 반영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럼에도 후보 간 경쟁과 정책 검증, 유권자 선택 과정 없이 당선 자가 확정되면서 대표성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주시의원 선거구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 났다. 2026년 선거구 재편으로 경주시의원 지역구는 9개로 조정됐고, 지역구 의원 정수는 19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3인 선거구는 1곳으로 줄고 대부분이 2인 선거구로 편성됐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특정 정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일수록 거대 정당이 후보 2명을 공천 하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다선거구에서 국민의힘 후보 2명(김상희, 주동열)이 무투표 당선된 것은 2인 선거구 중심 구조가 유권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투표 당선은 현행법상 허용된다. 후보자 수가 선출 정수와 같거나 적으면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민주적 정당성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단순히 당선자를 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유권자가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 정책 방향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과정이다. 무투표 당선은 이 과정을 생략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크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경주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박지우, 박종우)의 책자형 선거공보 미제출 논란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비례대표 선거는 정당 투표 성격이 강하지만, 실제 의정활동은 후보 개인이 수행한다. 따라서 유권 자는 후보자의 경력, 전문성, 의정 철학, 공약을 확인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들이 공보물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법적 의무 여부를 떠나 유권자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경주처럼 특정 정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후보자 개인에 대한 검증 장치가 더욱 중요하다. 공보물 미제출은 “어차피 당선될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시민 입장에서는 경주시민을 가볍게 여기는 처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선거구 획정 과정 에서 유권자 선택권과 정치적 경쟁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선거구는 인구 기준만 맞추는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다.
생활권, 행정 수요, 지역 정체성, 교통 여건, 정치적 다양성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경주시의 경우 도심권, 농촌권, 해안 권, 산업권이 반복적으로 묶이고 나뉘면서 선거구 조정의 원칙과 기준이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 그 결과 선거구는 재편 됐지만, 실제 경쟁은 사라졌다.
2인 선거구 중심 구조도 문제다. 기초의원 중선거구제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의회 진입을 넓히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3~4인 선거구보다 2인 선거구가 많아지면서 거대 정당 독점 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특정 정당이 강한 지역에서 2인 선거구는 유권자의 선택지를 넓히기보다 정당 공천 결과를 확정하는 장치로 변질될 수있다.
정당 공천제의 폐해도 드러났다. 지방의원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현안을 다루는 생활정 치의 대표자다. 그러나 특정 정당 우세지역에 서는 공천장이 사실상 당선증처럼 작동한다.
이 경우 후보자는 유권자보다 공천권자와 정당을 더 의식하게 되고, 본선 경쟁은 약화된다.
이러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먼저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선거구 획정 기준과 논
사진은 AI로 제작한 이미지.
의 과정을 공개하고,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실질화해야 한다. 인구 기준뿐 아니라 생활권, 대표성, 경쟁성, 정치 다양성을 함께 평가하는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2인 선거구를 줄이고 3~5인 중대선거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선출 정원이 늘어나면 다양한 정당과 무소속 후보의 출마 가능성이 커지고, 유권자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이는 특정 정당 독점 구조를 완화하고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을 높이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무투표 당선 제도 역시 개선해야 한다. 후보자 수가 선출 정수와 같더라도 찬반투표를 실시하거나 일정 득표율 이상을 얻어야 당선되 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무투표 당선 예정자라도 후보자 공보, 정책자료, 의정계획서는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자 공보물 제출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비례대표는 정당 명부에 따라 당선되지만 의회에서는 개별 의원으로 활동 한다. 후보자의 기본 정보와 정책 방향, 전문 성, 의정활동 계획은 유권자에게 반드시 제공 돼야 한다.
특히 정당의 책임도 크다. 특정 정당이 강한 지역일수록 더 엄격한 후보 검증과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이번 무투표 당선과 비례대표 공보물 미제출 논란에 대해 경주시 민에게 설명하고, 향후 후보자 정보공개와 공천 검증 절차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번 경주시 선거구 획정 논란과 무투표 당선, 비례대표 공보물 미제출 문제는 지방정치가 유권자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선거는 정당 내부 절차를 확인하는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권력을 위임하고 통제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다.
지방정치가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선거구 획정의 공정성, 후보자 정보공개, 다양한 후보의 출마 보장, 무투표 당선제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시민에게 선택할 권리와 판단할 정보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 그것이 지방자치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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