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제작, 시스템 임차, 구조물 임차, 행사 운영,
출연자 섭외, 부대시설 조성, 안전관리 등 행사
전반에 걸친 계약이 각각 2천만 원 안팎으로
쪼개진 형태로 체결되면서 경쟁입찰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8일 제19회 경주시민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신라고취대 관현악, 시민축하공연, 드론쇼, LED쇼 등 식전공연과 시민헌장 낭독, 경주시문화상 시상, 시립합창단의 시민의 노래 제창, 자매우호도시 축하메시지 등 기념식으로 진행됐다. 축하공연에는 초청가수 무대와 드론쇼, 불꽃놀이도 포함됐다.
문제는 행사 예산 집행 방식이다. 본지가 확인한 계약 내역과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총 1억 8천864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세부적으로는 무대 제작 및 행사장 조성
용역 2천90만 원, 시스템 임차 용역 2천90만
원, 구조물 임차 용역 2천90만 원, 행사 운영
용역 2천89만 원, 초청가수 출연자 섭외 2천89
만 원, 축하공연 출연자 섭외 2천89만 원 등이
각각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또 불꽃놀이 연출용역 1천100만 원, 천막 등 렌탈품 임차 1천
97만 원, 부대시설 조성 및 운영 1천50만 원,
안전관리 및 환경조성 1천95만 원 등도 별도
계약으로 집행됐다.
이 가운데 일부 계약은 2
천90만 원 또는 2천89만 원으로 금액이 동일하게 책정돼 있다. 이를 두고 “전체 행사를 하나의 용역으로 묶어 경쟁입찰을 했다면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행사 운영과 부대시설 조성, 안전관리
및 환경조성 등 행사 핵심 분야에 같은 업체가 반복적으로 참여한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기획사 A 업체와의 계약은 행사 운영 용역,
부대시설 조성 및 운영, 안전관리 및 환경조성
등 여러 항목에 걸쳐 있다. 여기에 무대, 시스템, 구조물, 출연자 섭외 등 행사 전반이 개별
수의계약으로 나뉘면서 사실상 특정 기획사가
전체 행사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
되고 있다.
계약업체도 도마에 올랐다. 경주지역 업체
참여는 일부에 그친 반면, 상당수가 외지 업체
중심으로 체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행사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시민 세금으로 치르는 지역 대표 행사라면 지역업체의 참여 기회를 넓히고, 계약 과
정의 투명성을 높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년째 유사한 방식의 행사 운영이 반
복돼 왔다는 점도 문제다.
경주시민의 날 행사
예산은 지난 2024년 1억 6천583만 원, 2025년
1억 7천385만 원, 2026년 1억8천864만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개별 계약 항목은 금액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전체 예산 증가의 타당성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물가 상승분 반영인지, 행사 규모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증액인지, 아니면 관행적 수의계약
구조 속에서 예산이 느슨하게 집행된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총괄 기획사로 알려진 기획사 A 업체의 도시락 대금 지급 논란까지 불거졌다. 행사
당일 출연진과 관계자들에게 제공할 도시락
(김밥)을 분식점에 의뢰했지만, 일부 도시락이
변질되어 대금결제를 취소했다가 일주일 뒤
논란이 되자 일부 금액만 지급했다는 것. 이처럼 경주시 공무원의 전화를 받고 난 뒤 갑자기
지급한 것이 논란이다.
업체 관계자가 변질된
도시락을 반품하지도 않았음에도 합창단원 등이 식사를 못해 추가로 지급된 75만원을 제외한 전체 205명 분 도시락 대금 190만원 중 나머지 115만원만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만난 기획사 A 업체 관계자는 “도시락이 일부 변질되었다고 당일 곧
바로 연락했고 분식점 사장이 도시락을 폐기하라고 했고 도시락 대금 190만원도 취소해
주겠다고 말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라고 말했다.
반면 분식점 점주에 따르면 “도시락이 변해서 먹지 못했다는 기획사 말에 도시락 대금을 행사 다음날에 190만원을 취소했고, 기획사가 변질된 도시락을 반품하지도 않았고 내가 폐기하라는 말도 한 적도 없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행사 일주일 뒤에 합창단이
도시락 못먹어 추가로 식사한 대금 75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만 결제하며 도시락은 먹은 직원이 병원에 입원했다고도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기획사 관계자를 만나 합창단이 따로 식사한 75만원에
대한 영수증을 확인해 줄 수 있냐? 라고 물었지만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민 화합을 내세운 행사에서 영세 자영업자를 상대로 밥값
갑질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대행한 업체가
하청 또는 납품업체와의 대금 정산 과정에서
분쟁을 일으켰다면, 발주기관인 경주시 역시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자체
예산이 투입된 행사인 만큼 계약업체 선정 뿐
아니라 실제 행사 운영, 하도급성 거래, 납품대금 지급 과정까지 점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번 계약 방식에 대해 “행사 일정과 성격상 부득이하게 수의계약을 진행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의
지적에 따르면 “매년 반복되는 행사라면 사전 계획을 세워 경쟁입찰을 추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관행을 이유로 행사를 ‘쪼개기 수의계약’을 반복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계약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시민의 날이라는 의미있는 행사를
하는 만큼, 시민 세금으로 운영됨에 있어서 예산 집행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행사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특정 금액대의 수의계약을 반복했다면, 이는 법적 적정성 여부를 떠나 행정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영세 납품업체 대금 논란까지 겹치면서 행사의 본래 취지인 시민 화합은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경주시는 이번 행사 계약 전반에 대해 계약 방식의 적정성, 업체 선정 기준, 지역
업체 참여 비율, 동일 업체 반복 참여 사유, 도시락 대금 분쟁 경위 등을 시민들에게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한 향후 시민의 날과 같은 반복성 행사는 사전에 통합 발주와 공개 경쟁입찰 원칙을 세우고, 불가피하게 수의계약을 할
경우 그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