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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친화도시 경주의 민낯…가정폭력상담소 5년째 ‘공백’
전문 상담기관 전무, 가족센터·포항 상담소에 피해자 떠맡겨
여성친화도시 홍보보다 통합상담소 설치 등 실질 대책 마련 시급
이종협 기자 / tel2200@naver.com입력 : 2026년 06월 26일(금) 15:01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는 경주시가 정작 여성들을 위한 가정폭력 상담소나 성폭력 상담소는 전무한 것으로 밝혀져 전시성 행정이 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경주지역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심리적 지원과 응급조치를 해야 할 전문 상담체계가 사실상 공백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가정폭력·스토킹·교제폭력 등 이른바 ‘관계성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피해 자를 일차적으로 보호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 망조차 지역 안에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역에서 1곳뿐이던 가정 폭력상담소는 지난 2021년 문을 닫은 뒤 5년째 다시 개설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유일한 성폭력상담소 또한 2023년부터 정부 보조금이 중단되면서 공적 지원 기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주지역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위기 상황에서 곧바로 찾아가 상담 받고 보호기관과 연계될 수 있는 전문 창구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현재 경주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할 경우 비교적 경미한 사례는 경주시 가족센터에서 상 담을 맡고, 중대하거나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한 사례는 포항 YWCA 가정폭력상담소 등 외부기관으로 연계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피해자 중심의 지원 체계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폭력 피해자는 신고 이후에도 심리적으로 극도로 위축돼 있고, 가해자와 같은 생활권 안에 놓여 이동 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지역 안에서 충분한 상담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타지역 상담기관에 의존해야 한다면 피해자는 외부 도움을 회피하거나 사건을 덮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로인해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며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는 경주시가 정작 여성 들의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체계는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다.
특히 주무 부서인 경주시 여성정책팀이 지역 내 가정폭력상담소가 5년째 없는 상황을 인지하고도 실효성 있는 대체기관 지정이나 신규 상담소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 다는 점은 행정의 책임 방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담당 공무원은 “가정폭력상담소는 3년간 자체 예산으로 운영한 이후에나 보조금을 지 원 받다 보니 선뜻 나서는 기관이 없어 대체 기관을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5년째 상담 소가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급한 대로 경주시 가족센터에서 상담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포항 YWCA 가정폭력상담소와 연계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상담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라기보다 임시방편에 가깝다.
가정폭력 상담은 단순한 가족 상담과 다르 다. 피해자 심리 안정뿐 아니라 응급조치, 가해자와의 분리, 보호명령 안내, 법적 대응, 의료기관 연계, 법률지원, 쉼터 입소, 동반 자녀 보호까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전문 영역이다.
그럼에도 전문 상담기관이 아닌 가족센터나 타 지역 기관에 의존하는 방식은 가정폭력의 특수성과 긴급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경주시가 상담소 공백을 단기 간의 일시적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5년 동안 상담소가 재개설되지 않았다면 단순히 “나서는 기관이 없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행정이 직접 수요를 파악하고, 운영 주체를 발굴하고, 예산 확보와 공모 방식 개선 등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피해자 보호 체계가 장기간 비어 있었는데도 뚜렷한 보완책이 없었다면 이는 행정 공백을 넘어 시민 안전을 방치한 문제로 볼 수 있다.
특히 여성가족부가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 킹, 교제폭력, 디지털성폭력까지 상담하는 통합상담소를 통해 신종 여성폭력 범죄에 대한 통합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경주시의 대응은 더욱 안일해 보인다.
현장에서는 가정폭력상담소 인력이 감축되고 관련 사업비는 충분히 증액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통합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제기 된다. 중앙정부가 통합 대응을 강조하는 동안, 경주시는 기본적인 상담 창구조차 갖추지 못한 셈이다.
한편 경북 전체 상황을 봐도 여성폭력 피해 지원 수요는 결코 적지 않다. 경북 여성긴급 전화 1366 실적에 따르면 2023년 상담 건수는 2만1천52건, 긴급피난처 입소자는 407명 이었다. 2024년에는 상담 1만6천396건, 긴급 피난처 입소 313명으로 집계됐다.
2025년에도 상담은 1만4천728건, 긴급피난처 입소자는 234명에 달했다. 2025년 긴급피 난처 입소자 가운데 동반자녀도 74명 포함됐 다. 이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등 위기 상황이 여전히 지역사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경주시가 여성친화도시를 강조하며 여성폭력 대응을 캠페인과 홍보 수준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주시 홈페이지 여성폭력상담소 현황에는 경주다움성폭력상담소가 성폭력 상담기관으로 올라와 있지만, 가정폭력상담소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성폭력상담소의 공적 지원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피해자 지원체계가 실제로 정상 작동하고 있는지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경주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가정폭력 상담소 재설치, 성폭력상담소 운영 정상화, 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 설치, 경찰·의료 기관·법률구조기관·쉼터와의 상시 협력체계 구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경주시의회 역시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홍보성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상담소 공백, 예산 부족, 전문인력 부재 문제를 행정사무감 사와 예산심사 과정에서 철저히 따져야 한다.
여성친화도시는 이름으로 완성되지 않는 다. 피해자가 위기 상황에서 경주 안에서 상담받고, 보호받고, 법적 지원과 회복 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시민 안전을 말할수 있다. 가정폭력상담소 5년 공백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가장 먼저 닿아야 할 공공 안전망이 무너져 있었다는 경고다.
이종협 기자  tel2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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