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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체육회·문화원 계좌 압류…유관기관 관리 ‘빨간불’
늑장 대응이 키운 부실, 지역사회 불신 확산
“법적 책임 없다”는 해명에도 책임론 커져
이종협 기자 / tel2200@naver.com입력 : 2026년 07월 10일(금) 15:16
경주시체육회에 이어 경주문화원까지 계좌가 압류되는 초유의 사태가 잇따르면서 경주 시와 유관기관들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체육회는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손해배 상금 미지급 문제이고, 경주문화원은 국유재산 변상금 체납 문제다. 사건의 성격은 다르 지만, 장기간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채 방치되다 결국 계좌 압류라는 극단적 상황 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서는 유가족 및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경주시체육회가 패소하면서 배상금 지급 문제가 불거졌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경주시의 배상 책임은 기각한 반면, 경주시체육회와 관련자들에게는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금과 이자, 소송비용 등을 포함한 금액은 약 4억5천만원 규모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주시체육회가 이를 감당할 재정 능력이 없다며 배상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유가족 및 피해자 측은 법적 절차에 따라 체육회 계좌를 압류했다. 이 여파로 경주시체육회가 주관한 경주 벚꽃마라톤 관련 대금 일부가 지급되지 못하면서 행사 대행업체 등으로 피해가 번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경주시는 “체육회를 상대로 한 배상 판결인 만큼 시가 대신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체육회 측은 “시의 공적 업무를 대행 하는 기관으로서 자체적으로 수억 원대 배상 금을 감당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양측이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고통은 유가 족과 피해자, 관련 업체, 지역 체육계로 이어 지고 있다.
여기에 경주문화원 계좌 압류 사태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의 행정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주문화원은 동부동 198-4번지 국유재 산 사용과 관련해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로 부터 변상금 체납을 이유로 회비 계좌를 압류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원이 부담해야 할변상금은 원금과 연체이자를 포함해 14억6천 만원이 넘는 규모로 전해졌다.
경주문화원은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옛경주박물관 부지였던 해당 건물을 사무실과 전시공간 등으로 활용해 왔다. 경주시 승인 아래 사실상 공공문화시설처럼 사용해 왔지 만, 2001년 국유재산 관리가 캠코로 넘어간뒤 유상대부 요구와 무상사용 협의가 반복되 면서 문제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간에는 무상사용이 인정됐고, 다른 기간에는 유상대부 원칙이 적용되면서 변상금이 쌓였 다는 게 문화원 측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하루아침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유재산 사용 문제와 변상금 부과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경주시와 문화원이 명확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면서 결국 10 억원이 넘는 청구서와 계좌 압류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사회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체육회는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피해 배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고, 문화원은 국유재산 사용 문제를 장기간 정리하지 못했다. 경주시 역시 두 기관 모두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도 문제가 커지기전 선제적으로 조정하거나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다.
특히 시민들이 분노하는 점은 체육회의 경우 선수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비극적인 사건과 맞닿아 있고, 문화원은 경주의 역사문화 도시 이미지를 대표하는 문화기관의 운영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시민 혈세와 공적 지원을 받거나 공공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들이 기본적인 법적·재정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행정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경주시가 문화원 변상금 지원을 검토할 경우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경주시는 체육회 배상금에 대해서는 “별도 법인의 채무를 대신 갚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문화원 변상금에 대해서는 공공 성과 국유재산 사용 경위 등을 이유로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어, 체육회와 문화원 사이의 지원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물론, 체육회 배상금은 법원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 채무이고, 문화원 변상금은 국유재산 사용에서 발생한 체납금이다. 그러나 시민 입장에서는 “문제가 커질 때까지 방치했다가 계좌가 압류된 뒤에야 대책을 찾는 행정이 문제”라는 점에서 그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사태는 경주시와 유관기관들이 공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었는지 되묻게 한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문제가 뒤로 밀리고, 기관 간 책임 떠넘 기기가 반복되고, 법적 근거를 이유로 손을 놓는 사이 피해는 시민사회와 지역 업체, 피해자들에게 전가됐다.
경주시체육회와 경주문화원 계좌 압류 사태는 각각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 탕에는 안일한 행정과 부실한 사전 대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이상 “법적 근거가 없다”거나 “기관의 자체 문제”라는 말만으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경주시와 관련 기관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 책임과 행정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이종협 기자  tel2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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