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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명령만 내리고 방치된 손곡동 침출수 오염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7월 31일(금)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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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곡동 계곡을 검게 물들인 침출수 오염 논란으로 환경행정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도 오염 확산을 제때 막지 못한 경주시의 안일한 대응과 허술한 현장 관리가 빚은 행정 실패에 가깝다. 계곡에서 검은 오염수가 흐르고 심한 화학약품 냄새까지 발생했음에도 시민의 건강과 자연환경을 지켜야 할 행정기관이왜 즉각적인 방제에 나서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주민이 최초 하천 오염을 신고한 시점은 지난 5월 8일이다. 그러나 경주시가 오염원으로 지목된 업체에 원상회복 처분 사전통지를 한 것은 5월 11일, 정식 원상회복 명령을 내린 것은 6월 24일이다. 환경단체가 현장조사를 통해 검은 침출수와 악취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7월 중순이었다. 최초 신고를 기준으로 보면 심각한 오염 우려가 두 달 넘게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물론 경주시는 불법 성토 사실을 확인하고 업체에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행정명령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환경오염 사고에서는 서류상 처분보다 오염원의 긴급 차단과 확산 방지가 먼저다. 업체가 명령을 이행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침출수가 계속 계곡으로 흘러들 었다면 행정의 대응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더욱이 현장에 설치된 방수포 일부가 바람에 벗겨지고, 고정용 로프나 벽돌 등 기본적인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빗물이 성토 구역으로 스며들어 더 많은 침출수가 계곡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다. 임시방편에 그친 조치를 해놓고 업체가 알아서 관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책임행정이라 할 수 없다. 경주시는 먼저 현장 오염수와 성토 물질의 성분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오염수가 하류 수질과 토양, 생태계에 미친 영향도 확인해야 한다. 추가 유출 가능성이 있다면 차수벽과 집수시설을 설치하고 오염수를 수거·처리하는 긴급 방제에 나서야 한다. 업체의 자발적인 원상회복이 지연되거나 오염 확산 위험이 계속된다면 행정대 집행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필요한 비용은 우선 투입하되 이후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이 타당하다. 예산 부담을 이유로 시민의 안전과 환경 보호를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경주시는 주민 신고 이후 부서별로 어떤 보고와 조치가 이뤄졌는지 자체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현장 확인이 늦었는지, 부서 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행정명령 이후 이행 여부를 점검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소극적 대응이나 업무상 과실이 확인되면 관련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환경오염은 발생 이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과 초기 대응이 훨씬 중요하다. 손곡동 계곡 사태를 업체의 불법행위 로만 돌린다면 같은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경주시는 지금이라도 오염 확산을 차단하고 늑장 대응의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뒤늦은 행정명령 한 장이 아니라, 계곡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 있는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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