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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방폐물 관리, 준비에서 실행으로…부지 선정이 최대 관문
특별법·관리위원회 출범으로 법적 기반 마련, 제3차 기본계획 수립 착수
부적합지 배제→기본조사→심층조사, 단계별 부지 선정 절차 본격화
원전 저장시설 포화 임박…중간저장시설 확보가 발등의 불
경주 방폐장 사례가 남긴 교훈, "지원금보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먼저"
이종협 기자 / tel2200@naver.com 입력 : 2026년 08월 07일(금)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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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즉 고준위방사 성폐기물 관리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던 준비 단계를 지나, 실제로 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찾고 건설을 구체화하는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그동안 발전소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쌓아두는 방식으로 관리돼 왔다. 하지만 임시 저장공간도 무한하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포화 시점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가 차원의 중간저장 시설과 영구처분시설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없는 과제가 됐다. 법적 기반 마련…관리위원회 출범 정부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고준위방사 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관리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법은 2025년 초 국회 문턱을 넘어 그해 상반기 공포됐고, 하반 기부터 실제 효력을 갖게 됐다. 그동안 개별 원전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다뤄지던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하나의 독립된 법률과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 아래에 두게 된 셈이다. 관리위원회가 추진하는 핵심 과제는 크게네 가지다. ▲제3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새로 수립하는 일 ▲지하연구시 설과 중간저장시설·영구처분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정하는 일 ▲시설을 받아들이는 지역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일 ▲우리 지질 환경에 맞는 심층처분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이 가운데 기본계획은 향후 정책의 밑그림에 해당한다. 시설 건설 로드맵과 부지 선정 절차, 안전기준, 연구개발 계획은 물론 재원 조달 방식과 지역 상생방안까지 폭넓게 담길 예정이다. 계획안은 올 하반기 마련돼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확정·고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이 고시되는 순간부터 전국 단위의 부지 선정 절차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부지 선정, 부적합지부터 걸러낸다 부지를 정하는 과정은 '제외'에서 출발한다. 지질이 불안정하거나 지하수 흐름, 단층 분포, 지진 발생 가능성 등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역을 먼저 배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걸러진 지역을 배제하고 기본조사와 심층조 사를 순차적으로 진행,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자발적인 유치 신청과 주민 의견수렴, 주민투표 등을 거쳐 최종 부지가 확정되는 구조다. 시설 건설에 앞서 기술을 검증할 지하연구 시설도 이미 첫발을 뗐다. 강원 태백시 철암동 일대가 부지로 정해졌고, 지하 약 500m 깊이에 조성될 예정이다. 이 시설은 실제로 폐기물을 처분하는 곳이 아니라, 국내 지질 조건에 맞는 심층처분 기술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 인프라’ 라는 점에서 실제 처분 시설과는 성격이 다르다. 공사는 올해 시작해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부지 적합성 조사와 후보지 평가가 이뤄 지고, 2030년을 전후해 중간저장시설 확보가 추진된다. 영구처분시설은 이보다 훨씬 더 먼미래의 이야기다. 2040년대 착공, 2050년대 이후 운영이라는 장기 일정이 거론되고 있어한 세대를 훌쩍 넘기는 국책사업임을 짐작하 게 한다. 저장공간 포화 코앞…속도와 안전 사이 문제는 시간이다. 기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다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간저 장시설 확보가 늦어지면 저장공간 부족이 원전 운영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안전성 검증과 주민 동의라는 절차를 건너뛰고 속도만 앞세울 수는 없는 노릇 이다. 처분용기와 완충재, 심층처분 기술의 국산화 역시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이 사업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 기조가 변해도 흔들리지 않을 안정적인 재원 구조와 전담 관리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설이 다뤄야 하는 안전성의 시간 단위가 수백 년에서 수만 년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의 경제성 이나 정치적 유불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관건은 '신뢰'…경주의 경험이 주는 시사점 가장 어려운 관문은 역시 주민 수용성이다. 정부가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안전성을 강조하더라도, 주민들이 그 정보를 믿지 못하거나 절차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면 사업은 곧바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시설을 유치했던 경주의 경험은 곱씹어볼 만하다. 시설 유치 당시 내걸었던 지원사업과 지역발전 약속들이 실 제로 얼마나 이행됐는지,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로 이어졌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 해볼 필요가 있다. 대규모 지원금이나 개발사 업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수십 년을 내다보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시설의 위험성과 안전관리 방안, 사고 발생 시 대응 체계, 폐기물 운반 경로, 지역지원 기준 등을 초기 단계부터 가감 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자치 단체와 주민, 시민단체, 전문가가 부지 선정 초기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는 지속적인 공론화 구조 역시 필수적이다. 결론을 이미 정해 놓고 주민을 설득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조사 기준을 세우고 후보지를 평가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전 과정에 주민이 실질적인 목소 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은 앞으로 수십 년간 이어질 국가적 과제다. 기술적 안전성과 부지의 지질학적 적합성은 그 출발점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 정부가 주민과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정교한 계획과 첨단 기술을 갖추더 라도 실제 시설 건설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시설을 얼마나 빨리 짓느냐보다, 그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밟아가느냐가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충분한 정보공개와 숙의, 그리고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부지 선정 원칙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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