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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방폐물 해법의 첫 단추는 투명한 공론화다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07일(금)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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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이 마침내 제도 마련 단계를 넘어 실행 국면에 들어섰다. 특별법 시행과 관리위원회 출범에 이어 제3차 기본계획 수립과 관리시설 부지 선정 절차가 추진되면서 수십 년간 미뤄온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됐다. 고준위방폐물 문제는 원전 정책의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안전 하게 관리해야 하고, 원전 내 저장시설의 포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중간저 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마련이 불가피한 이유다. 정부가 지질 안정성, 지하수 이동, 지진 가능성 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장기적인 처분기술과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민 신뢰와 사회적 합의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강조해도 정부가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부지 선정 과정이 일방적으로 진행 된다는 인식을 준다면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주민 수용성을 부지 선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확보해야 할 절차 정도로 여겨 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주민이 참여하고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경주의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시설 유치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주는 주민투표를 거쳐 방폐장을 유치했고 그 과정에서 각종 지원사업과 지역발전 청사진이 제시됐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약속 이행과 지역발 전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향후 고준위방폐물 부지 선정 과정에서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또다시 막대한 지원금과 지역개발 사업을 앞세워 유치 경쟁을 유도한다면 과거의 갈등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지원 규모보다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은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 자료와 위험 요인, 운반·저장 방식, 사고 대응체계, 장기 관리계획이다. 부지 적합성 조사 결과와 평가 기준도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주민투표 역시 최종 단계의 형식적인 절차가 돼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시민단체, 전문가가 기본계획 수립과 조사기준 마련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상설 공론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찬성 의견뿐 아니라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고준위방폐물은 수백 년, 수천 년을 넘어 미래세대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권의 임기나 단기적인 정책 성과에 맞춰 서두를 일이 아니다. 부지 선정의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국민이 절차를 신뢰하 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정부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의 출발점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에서 찾아야 한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충분한 숙의,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될 때 비로소 수십 년간 표류했던 고준위방폐물 문제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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