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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또다시 시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국비와 지방 비를 합쳐 3,263억원을 투입한 이 국가 연구시설은 지난해 말 6개 건물이 사용승 인을 받으며 사실상 준공됐다. 그러나 정작 연구소를 움직일 연구·운영 인력은 배치되지 못했고, 공식 개원과 정상적인 연구활동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가동 지연’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우려가 이미 예견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던 시점에 “자칫 건물만 짓고 방치 하는 것 아니냐”는 경고가 지역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당시 한국원자력 연구원은 뒤늦게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인력 배치와 조직 운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반 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 경고가 경고에 그치지 않고 고스란히 현실이 된 셈이다. 대형 연구시설 사업에서 건물 준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건물이 완공되는 시점에는 이미 연구조직과 인력, 예산, 연구과제, 안전관리 체계, 직원들의 정주 여건까지 갖춰져 있어야 정상 가동이 가능 하다. 그러나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이런 준비를 시설 준공에 맞추지 못했다. 태스크 포스팀 구성조차 완공을 코앞에 두고서야 이뤄졌다는 사실은, 인력·조직 운영에 대한 논의가 애초부터 충분히 선행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당초 개원 첫해 258명, 2030년까지 500 명 규모로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다는 신호는 여전히 뚜렷 하지 않다. 경주 시민들이 연구소 유치를 반겼던 이유는 대형 건축물 하나가 지역에 들어선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연구원들이 실제로 감포에 상주하며 연구가 시작되고, 관련 기업과 지역 대학의 공동 연구가 활성화되며, 지역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사업의 본래 목적이었다. 지금처럼 인력 배치가 계속 지연된다면 지역사회가 얻는 것은 결국 수천억원을 들인 이름뿐인 ‘빈 건물’에 그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더 이상 ‘검토 중’, ‘정상화 추진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 으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하반기 실제 배치할 인력 규모와 단계별 계획, 258 명·500명 계획의 유효 여부, 공식 개원일, 핵심 연구과제 착수시점을 지금 당장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사업은 애초 정부 정책으로 확정된 국가 사업인 만큼, 인력 배치와 조직 운영에 제도적 걸림돌이 있다면 관계부처가 적극적 으로 조정에 나서야 한다. 경주시도 시설 유치 성공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연구인 력이 감포에 실제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교통·교육·의료 등 정주 환경 개선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건물은 이미 세워졌다. 남은 것은 그 안에 사람을 채우고 연구를 시작하는 일뿐이다. “언제 문을 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계속 미뤄진다면, 문무대왕과 학연구소는 국가균형발전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관리 실패의 대표 사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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