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황성신문 | 2005년 11월, 경주는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선택의 기로에 섰다. 중·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 장) 유치를 둘러싸고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결국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가 방폐장 부지로 선정됐다. 그 선택은 방폐장 하나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특별지원금 3 천억 원과 함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경주 이전이라는 변화가 뒤따 랐고, 2016년 한수원 본사가 경주에 둥지를 틀면서 본격적인 ‘한수원 경주시대’가 열렸다. 오늘날 경주에 한수원 본사가 자리한 모습은 자연스럽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주민을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했던 사람들, 서울에 있던 회사의 핵심 기능과 직원·가족을 경주로 옮기기 위해 수년간 현장을 뛰었던 실무진이 있었다. 방폐장 유치 당시 경주 측 실무를 담당했던 신흥식 경주팀장과 김용 식·최원백 과장 등 팀원들, 이후 한수원 본사이전추진실을 이끌었던 신흥식 당시 실장의 기억을 통해 경주의 변화가 시작된 그때를 되짚어봤다.
“주민을 만나고 또 만났다” Q.2005년 방폐장 유치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찬반 논쟁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당시 경주는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컸지만, 방폐장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도 상당했습니다. 사업 내용을 제대로 알리고 주민들의 우려와 요구를 직접 듣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했습니다.” 당시 신 팀장과 실무진은 주민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한편 지역사회가 제기 하는 각종 우려를 듣고 이를 다시 전달하는 것이 이들의 몫이었다. 때로는 격렬한 반대 목소리와 마주해야 했다. Q.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 “결국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진정성 있는 소통이었습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쪽에서 아무리 필요하다고 생각해도 주민이 받아들 이지 못하면 갈등은 해결되지 않습 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이들이 당시 경험에서 가장 먼저 꼽는 단어는 ‘소통’이다. 원전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지역사회와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방폐장 유치보다 더 큰 과제 ‘한수원 본사 이전’ Q.방폐장 유치가 확정된 뒤 한수원 본사 이전이라는 과제가 뒤따랐다. “본사 이전은 사무실 하나를 옮기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수도권에 있던 회사의 중추 기능과 조직을 새로운 도시로 이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습니다.” 본사 직원과 가족들의 주거와 교육, 의료·문화 환경부터 사옥 건립과 업무 연속성, 조직 운영에 이르기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했다. 이 과정에서 신흥식 당시 본사이 전추진실장과 실무진은 각종 행정절 차와 이전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직원들이 경주 정착을 받아들일 수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Q.직원들의 경주 정착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회사가 옮겨온다고 직원들의 삶까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 다. 가족이 함께 내려올 수 있어야 했습니다. 주거뿐 아니라 자녀 교육 과 의료, 문화 등 생활환경을 함께 고민해야 했습니다.” 결국 수년에 걸친 준비 끝에 2016 년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이전했다. 방폐장 유치가 경주의 선택이었다면 한수원 본사 이전은 그 선택을 도시의 실질적인 변화로 연결하는 과정이었다.
“10년 후 경주, 원전산업 중심도시로 달라졌다” Q.한수원 본사 이전 10년을 맞는 지금, 경주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 라고 보나? “경주가 원전산업의 중심도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점입니 다.” 경주에는 월성원전을 비롯해 한수원 본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원자력 관련 주요 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방폐장 유치와 한수원 본사 이전을 계기로 경주의 산업적 위상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들은 ‘유치’ 자체가 지역 발전의 완성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Q.그렇다면 앞으로 경주가 풀어야할 과제는 무엇인가? “이제는 유치의 성과를 어떻게 실질적인 지역발전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한수원 본사가 경주에 있다는 사실을 넘어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관련 기업 유치, 전문인력 양성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관련 기관이 모여 있는 장점을 산업 생태계로 발전시키고, 그성과가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라는 설명이다.
“유치는 지역이, 최적의 입지는 기관이 판단해야” Q.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선택한 다면 무엇을 다르게 하겠나? “공공기관 유치는 지역발전을 위한 것이지만 유치 이후 기관의 구체 적인 입지와 운영에서는 기관의 자율성과 전문적인 판단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자체는 기관 유치와 지역 정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업무 효율 성과 경쟁력에 직결되는 부분은 해당 기관의 전문적인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치는 지역이 결정하고, 최적의 입지는 기관이 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여 년 전 현장을 경험한 실무자 들이 현재의 경주에 던지는 하나의 정책적 교훈이다.
“당시 지금의 경주를 예상했습니까?” Q.방폐장을 유치하고 한수원 본사를 경주로 옮기던 당시, 지금의 경주를 예상했나? 당시에는 주민투표부터 본사 이전과 직원 정착까지 눈앞의 과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려진 결정 들이 쌓여 지금의 경주를 만드는 하나의 토대가 됐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방폐장 유치와 한수원 본사 이전이 경주의 변화를 시작했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그성과를 어떻게 시민의 삶과 지역경 제로 연결할 것인가다. 기업을 유치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원자력 전문인력을 키우고, 관련 산업이 경주에 뿌리내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한수원 경주시대’의 다음 과제가 되고 있다. 2005년 주민들이 행사한 한 표에서 시작된 변화는 2016년 한수원 본사 이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26년, 본사 이전 10년을 맞은 경주는 다시 새로운 선택의 시점에 서 있다. 당시 현장을 뛰었던 사람들의 경험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유치가 끝이 아니라, 유치 이후 무엇을 만들어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경주의 지난 20년이 ‘유치와 이전’의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그 기반을 산업과 일자리, 기업과 인재가 성장하는 실질적인 지역발전으로 완성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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