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황성신문 | |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막을 내린 지 1년이 지났다.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주시는 ‘포스트 APEC’을 앞세워 국제회의도시와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주시는 포스트 APEC 본부를 신설하고 외교문화원 건립과 세계경주포럼 정례화, APEC AI센터 유치, APEC 기념관 조성, 보문관광단지 개편 등 다양한 후속사업을 내놓았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국비 지원을 요청하고 경상북도, 포항시, 지역 국회의원 등과 공동 대응에도 나섰다. 그러나 발표한 사업이 많다고 시민이 체감 하는 성과까지 커지는 것은 아니다. APEC이 라는 이름을 붙인 사업이 실제 경주의 산업과 관광, 고용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냉정 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 159개 사업에 7조원…‘건의’와 ‘확정’ 구분해야 경주시는 2027년도 국비사업으로 신규 36 건과 계속 123건 등 모두 159개 사업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는 7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국비를 건의했다고 사업이 확정되 는 것은 아니다. 정부 부처 심사와 예산안 반영, 국회 심의, 지방비 확보, 행정절차와 설계 등을 거쳐야 실제 착공으로 이어진다. 전체 사업 가운데 APEC을 계기로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이 몇 개인지, 정부 예산에 반영된 사업은 무엇인지, 국비와 지방비가 확정된 사업은 어느 정도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경주시의 발표에는 ‘추진한다’, ‘건의한다’, ‘유치한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표현이 반복된다. 반면 확정된 예산과 연도별 투자계획, 착공·준공 시점, 운영 주체와 예상 고용효과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계획과 정부 검토, 예산 반영, 착공 단계의 사업을 한데 묶어 성과로 제시하면 시민들은 실제 진행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다. 경주시는 159개 사업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확정된 내용과 추진 가능성을 공개해야 한다.
■ 380억원 외교문화원·AI센터…건립보다 운영계획이 먼저 대표적인 포스트 APEC 사업은 총사업비 380억원 규모의 외교문화원이다. 국제교류 거점이라는 취지를 실현하려면 건물 규모보다 운영계획과 이용 수요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 어느 기관이 운영하고 연간 운영비는 얼마나 필요한지, 어떤 국가·기관과 교류하며 매 년 몇 명이 이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콘텐츠와 수요가 부족하면 건립 이후 운영비만 들어가는 또 하나의 공공시설이될 수 있다. 세계경주포럼도 기존 국제행사와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포럼 결과를 정책과 기업 투자, 국제협력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APEC AI센터 역시 이름이나 유치 선언보다 기능과 재원, 참여 기관, 전문인력 규모가 중요하다. 센터가 들어서면 일자리가 몇개 생기고 지역기업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청년 취업과 창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밝혀야 한다.
■ 기념관·보문단지 개편…국비 확보가 최종 목표 돼선 안 돼 APEC 기념관과 보문관광단지 개편도 건물과 시설의 숫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상회의 이후 외국인 방문과 기업 투자가 늘고 국제회 의가 지속적으로 열리며 지역 청년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야 실질적인 후속성과로 볼수 있다. 기념관 하나를 세운 뒤 이를 ‘APEC 유산’ 으로 포장한다면 행사 기념사업에 머물 가능 성이 크다. 보문관광단지 개편도 단순한 시설 정비를 넘어 교통과 숙박, 야간관광, 쇼핑, 다 국어 안내체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설 투자 이후 방문객과 체류시간, 관광소 비액이 얼마나 늘었는지, 황리단길과 보문단 지에 집중된 관광효과가 읍·면 지역과 골목 상권까지 확산됐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국비 확보는 필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경제성과 수요가 부족한 시설은 완공 후 운영비와 유지관리비를 경주시가 부담해야 한다. 국비 신청에 앞서 경제성· 효과성·지속가능성과 기존 시설과의 기능 중복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2026년 ‘실행의 해’…시민이 체감할 성과로 증명해야 경주시는 2026년을 ‘실행의 해’로 정했다. 이제 새로운 청사진을 계속 발표하기보다 확정된 사업과 정부 예산 반영 현황, 착공 시점, 민간투자 규모, 지역기업 참여율과 신규 고용 규모를 공개해야 한다. 성과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국비 수백억 원 확보’나 ‘사업 100여건 발굴’보다 지역 기업 매출과 시민소득, 청년 고용, 관광객 체류시간과 외국인 재방문율 등 시민이 체감할수 있는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계획 100개보다 제대로 실행한 사업 1개가 낫고, 건물 10개보다 청년 일자리 1천개가 지역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된다. 일회성 행사 횟수보다 경주를 다시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지역에서 소비한 금액이 중요하다. APEC 정상회의 자체는 성공적으로 개최됐 다. 시민과 관계기관, 자원봉사자와 현장 종사 자들의 노력으로 경주는 세계적인 국제행사를 치를 역량을 보여줬다. 그러나 행사의 성공을 지역발전으로 연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제 시민들이 경주시에 물어야 한다. “APEC 이후 경주의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APEC은 끝났지만 포스트 APEC 행정은 이제 시작됐다. 경주시가 맞닥뜨린 다음 시험대는 거대한 청사진이 아니라 일자리와 기업 매출, 관광수입과 시민소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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