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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정, 공약 '관리'에서 '성과' 중심으로 전환해야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09월 18일(금) 16:19
경주시가 지난 14일 ‘민선9기 공약 및 2027 주요업무 추진계획 보고회’를 열고 전체 284개 사업 가운데 114개 중점사업을 점검했다. 공약사업 81건을 비롯해 지시사항 6건, 역점사업 9건, 신규사업 18건의 실행계획을 살폈다. 이번 점검이 의미를 가지려면 사업별 실행 조건과 성과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공약을 목록으로 관리하는 데서 벗어나 시민의 삶에 미치는 효과로 평가하는 시정 전환이 필요하다.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은 타당하다. 다만 문화관광과 산업, 도시개발, 복지 등 여러 분야의 사업을 동시에 추진 하려면 재정과 행정력의 한계를 먼저 따져야 한다. 포스트 APEC이라는 명분만으로 모든 사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에게 돌아갈 편익과 재정 부담을 비교해 추진할 사업과 조정할 사업을 가려야 한다.
첫째 과제는 재원 계획의 구체화다. 공약별 총사업비와 연차별 투자액, 국·도비와 시비 부담을 공개하고, 확보한 예산과 확보 예정인 예산을 구분해야 한다. 중앙 정부에 지원을 건의한 사업을 재원이 확정된 사업처럼 설명해서는 안 된다. 국비 확보가 늦어지거나 사업비가 늘어날 때의 대응책도 필요하다. 시설 건립 사업은 준공 이후 운영비와 유지관리비까지 포함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둘째는 사업의 우선순위다. 안전과 생활 불편 해소처럼 시급한 과제,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큰 과제에 재원을 먼저 배분해야 한다. 유사·중복 사업은 통합하고, 여건이 달라져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 공약은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변경 사유와 대안, 예산 영향을 공개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미 발표 했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설명 없이 축소하는 일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
셋째는 사업별 성과 기준의 확립이다. 계획 수립, 관계기관 협의, 예산 집행, 시설 준공은 추진 단계의 실적이다. 이를 시민이 얻는 최종 성과와 구분해야 한다. 관광사업은 체류와 지역 소비, 산업사업은 실제 투자와 고용, 복지사업은 서비스 접근성과 이용자 불편 개선 등 사업 목적에 맞는 지표가 필요하다. 목표치와 기준 시점을 미리 정하고, 완료 뒤에도 효과가 지속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공개된 자료로 뒷받침돼야 한다. 114개 중점사업의 담당 부서·책 임자와 추진 일정, 예산 확보·집행 현황, 연차별 목표 대비 실적을 분기별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정상 추진’이나 ‘추진 중’ 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진척을 판단하기 어렵다. 계획과 실제 실적을 나란히 제시하고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지연 사업은 장애 요인과 해결 방안, 수정된 완료 시점을 밝혀 시민이 이후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가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시민과 외부 전문가가 자료 검토와 현장 확인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 결과뿐 아니라 이에 대한 담당 부서의 답변과 후속 조치도 공개해야 한다.
시의회는 예산 심의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과 집행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성과가 낮은 사업은 원인을 분석해 개선 하거나 조정하는 등 평가가 실제 의사결 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행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여러 부서가 관련된 사업은 총괄 부서를 정하고, 시장이 직접 조정해야 할 쟁점과 부서가 해결할 과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주 시는 이번 보고회에서 확인한 문제를 언제, 누가, 어떻게 해결할지 후속 계획으로 제시해야 한다. 민선9기 공약의 성적표는 발표한 사업의 숫자가 아니다. 확보한 재원으로 약속한 일을 해내고 그 결과를 시민 앞에 공개하는 책임행정이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한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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