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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전수조사, 고령농의 사정과 임차농의 생계 살펴야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6년 11월 06일(금)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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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투기를 바로잡는 일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농업 생산의 기반을 부동산 수익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다. 그러나 투기를 가려내는 과정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온 고령 농민과 남의 땅을 빌려 경작 하는 임차농의 생활까지 흔들린다면 정책의 목적도 훼손된다. 농지전수조사의 기준은 위반 사실의 확인과 함께 영농의 지속에 놓여야 한다. 정부가 고령·질병·상속 등 농촌의 사정을 투기와 구분하고, 일반적인 농지 이용 문제를 정비하기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에 나선 것은 필요한 조치다. 오랫동안 이어진 농촌의 생활방식과 제도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방향이 현장에서 실제 보호로 이어지 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고령 농민에게 농지 취득 경위와 경작 관계를 서류로 설명하라는 요구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가족이나 이웃의 도움으로 농사를 이어온 사정을 문서 몇 장에 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행정이 가진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까지 농민에게 되묻거나, 서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실 확인을 서둘러 끝내서는 안 된다. 소명할 시간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경주시의 역할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조사 이유와 확인할 사항을 농민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하고, 거동이 불편한 주민에게는 방문 상담과 서류 준비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상담 창구마다 해석이 달라 혼선을 키우는 일도 막아야 한다. 주민 문답을 활용할 때는 진술을 객관적인 자료와 대조해 판단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임차농 보호는 조사 전 과정에 걸쳐 살펴야 할 사안이다. 소유자가 조사에 대한 부담으로 임대차를 끊으면 그 피해는 경 작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미 농자재와 노동력을 투입한 농민이 농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황은 생산 기반에도 손실이 다. 계약 정비 과정에서 기존 경작자의 의견을 듣고, 영농 중단이나 일방적인 퇴거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농지은행 이용 역시 농민의 선택권을 전제로 해야 한다. 정부는 농지은행 위탁을 처분 회피의 일률적인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현장 안내도 이 원칙과 일치해야 한다. 농지은행에 맡기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오해가 생긴다면 제도가 제공하는 선택지는 사실상 압박으로 바뀐다. 입법 추진에 대한 설명도 정확해야 한다. 특별조치법안이 발의됐다는 사실과 구제 조치가 시행된다는 것은 다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현재의 처리 기준과 앞으로 바뀔 수 있는 내용을 구분해 알려야 한다. 막연한 안심만으로 불안을 덮거 나, 불확실한 전망을 근거로 농민에게 결정을 재촉해서는 곤란하다. 고령농의 은퇴와 청년농의 농지 수요를 연결하는 정책은 조사 이후의 과제 다. 이때도 기존 임차농의 생계를 존중 하고, 농지의 위치와 용수, 접근성 등 실제 영농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확보한 면적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농지전수조사는 농촌에 쌓인 문제를 확인하고 제도를 고칠 기회다. 투기에는 책임을 묻고,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에는 합리적인 정비의 길을 열어야 한다. 경주시는 현장의 어려움을 기록해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고, 농민이 조사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지를 지키는 정책은 결국 그 땅에서 농사짓는 사람의 삶을 지킬 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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