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20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경주 ‘황리단길’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리단길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상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최저시급 인상과 직원 구인란까지 이중고를 격고 있다는 것.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대표 사례는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이다.
이태원 뒤편에 있는 경리단길은 지난 2010년 전후로 특색 있는 식당, 카페, 상점이 들어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망리단길(망원동), 연리단길(연남동), 황리단길(경주) 등 이후 생긴 신흥 상권마다 하나같이 '~리단길'이 붙을 정도로 경리단길은 재생한 도심공간의 상징과도 같았다.
주말이면 20·30대 젊은 층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경리단길은 지난 2015, 2016년을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경리단길이 처음 떴을 때만 해도 비교적 저렴했던 상가 임대료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두세 배 껑충 뛴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접는 가게가 늘자 경리단길 상가는 점점 비어갔다. 임대인 역시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멸했다.
또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서도 마찬가지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가 많아 패션 성지로 불리는 가로수길은 최근까지도 발길이 끊이지 않은 핫플레이스'였다.
매장 입장에서 가로수길은 돈을 잘 버는 '노른자 땅'이었다.
하지만 임대료 급등에 따른 인기 매장 철수로 가로수길이 존재감을 잃으면서 황금시기를 잃어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려면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이 중요하다.
황남동 포석로 일대의 ‘황남 큰길’이라 불리던 골목길을 주민주도로 전통한옥 스타일의 카페나 식당, 빵집, 한옥 게스트하우스, 기념품점 등이 밀집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국내 최대의 핫플레이스다. 원래는 원도심 주변 한적한 주택가였다. 이 길은 지난 1960~70년대의 낡은 건물 등이 그대로 보존돼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리이며, 인근의 첨성대, 대릉원의 관광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경주의 명소다.
고도제한으로 개발되지 못해 경주에서도 유독 낙후된 지역이었던 황리단길이 지난 2015년부터 낡은 옛 모습을 한 건물에 몇몇 상인들이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카페와 음식점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이뤘다.
당시 3.3 제곱미터에 50~70만 원 정도로 형성된 땅값이 불과 5~6년 만에 몫이 좋은 곳은 2000만 원이 넘어 30배 가까이 뛰었다.
이러한 현상으로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거나 치솟고 있어 임차인들이 고통을 호소 하고 있는 것이다. 제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으려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소통을 통한 양보로 상생이 중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성황을 이루는 가게가 있는 반면에 말 그대로 쫄당망해 떠나는 상인도 즐비하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이 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월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연 최대 9%에서 5%로 낮추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2024년 현재 전국 최대 젊은이의 거리로 통하는 황리단길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짧은 호황보다는 긴 호황을 위해서 말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했던가. 임대료가 높아지면 자연히 물가가 상승한다. 당연히 서비스질도 떨어진다.
황리단길이 경리단길과 같은 운명을 맞지 않으려면 임차한 상인들의 부담이 줄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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