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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말고는 갈 데가 없어서…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08일(월) 15:01

↑↑ 홍도 최계옥 추모비 제작모습(경주 외동석재 한동식 기증) 홍도 최계옥(1778~1822년, 향년 45 세)은 조선 정조 임금으로부터 홍도(紅桃)라는 별호를 받은 기생으로 ‘황진이’, ‘매창’이와 더불어 그 이 름을 크게 떨친 천재예술인이며 특히 후학양성에 전념한 인물임. 홍도가 죽음을 맞이한 30년 후 경주의 풍류객 및 교방의 악공과 기생들이 묘비를 건립하여 묘지를 관리하여왔으나 2005년 무연고 분묘로 훼 손됨을 안타까이 여겨 경주의 문화예술인들이 홍도의 후학양성의 뜻을 기리기 위하여 글을 짓고, 글을 새기고, 추모비를 만들고, 재원을 마련하여 건립하게 되었다.
ⓒ 황성신문
아침 일찍 집에서 대학입학 지원서를 들고 하루세 번 운행하는 첫차를 타고, 다시 두 번의 버스를 갈아타서 4시간여 만에 도착한 경주는 합격의 여부보다 이곳에서 4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낮설은 외로움이 먼저 들었던 곳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두메산골 학생인 나에게도 경주는 새로울 것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조그마한 시골 도시였다.그런 첫 이미지와는 달리 그때부터 이곳에서 올해로 30년을 살게 되었고, 앞으로 삶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이곳 경주에서 살아가게 될 이유는 단순하다. 술과 화염병으로 채워진 대학생활 중우연한 기회에 문화재 발굴조사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인연을 시작으로 학기 중에는 대학박물관에서 방학 때는 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다양한 유적과 유물을 접하게 되면서 부터였다. 돌아보면 어린 마음에 문화유산을 연구해 참다운 가치를 알리고, 파괴되어가는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대학시절 객기와도 같은 막연한 사명감 때문에 이곳에 머물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사명감이 생기게 된 것은 나를 학문의 길로 이끌어준 많은 선생님들과 선배 동료들이있었기 때문이다. 한창의 나이에 고인이 되신 김상현 교수님과 이근직 선배님으로부터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배우고 유적지를 찾아 답사하고 공부하면서 부터였다. 대학에서의 생활은 직장으로 연결되었고, 가끔은 다른 직장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길 기회가 있어 훌쩍 떠나고 싶은 적도 많았다.

 그러나 박차고 떠날 결단과 용기가 부족해서 떠나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 주연한 영화의 대사 중 ‘내가 여길 못 떠나는지를 생각해보니, 여기 말고는갈 데가 없어서’ 라는 영화의 마지막 말이 내가 이곳에 머물게 된 이유를 정확하게 대신 표현해주는 것 같다.

 대학입학 즈음 앞길이 보이지 않던 그 시절과 대비해 보면, 격세지감으로 변해있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어둠속에서 한줄기 서치라이트 불빛처럼 뚜렷한 인생의 길이 열렸기야 하겠는가?. 이름은 있지만 들에 피는 꽃들이 들꽃으로 야생화로 불려진다고 하여 꽃들이 억울해할까? 다만 그 꽃들의 이름을 불러주어 꽃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 역시 역사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역사도시에서 유적과 유물을 접하고 연구하지만 한획을 긋는 연구의 업적은 쌓지 못하여 후학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역사도시에서 역사를 연구하고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건 꿈이 사려져서가 아니라 이제 나의 한계를 알고 나 자신을 스스로 이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경주에는 문화유산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아직도 흙속의 진주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문화유산들이 너무나 많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가 생전에 자신의 묘비명을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라고 써놓았다고 한다. 나 역시도 [문화유산 둘러보기] 목적사업의 하나였던 동도명기 홍도 최계옥의 묘비복원을 우물쭈물하다가 매듭짓지 못하였던 것을 경주소재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으로 함께 세울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집토끼보다는 산토끼에 신경 쓰고, 먹고 사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원장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뜻을 알아주는 진흥문화재연구원 직원들의 노고가 있었고, 가정에 소홀한 가장이지만 참아준 나의 아내에게 벚꽃 흐드러지게 피면 그 고마운 마음들을 막걸리잔에 꽃잎을 띄워 한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음을 풀어 주어야겠다.

문화유산 둘러보기 : (사)신라문화진흥원 부이사장 김호상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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