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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장애가 많아 좋은 기회를 놓쳤다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0년 02월 10일(월) 14:49

↑↑ 은사 스님께서 소식이 없다. / 손전등도 없는데 / 눈 덮인 어두운 산길 / 어떻게 오르시려구. / 털신도 안 신고 / 고무신만 신고 나가셨는데 / 목도리랑 모자하고 털실 장갑은 챙겨 가셨는지. / 해는 서산 너머 이미 져 버렸는데 / 눈 속에 잠긴 발은 그나마 나아 / 귓불은 얼어 떨어질 라고 한다. / 바람 소리 계곡 물 소리 / 이따금 소쩍이 울음 / 날이 밝아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 날이 밝아 올 때까지 - 원성스님
ⓒ 황성신문
‘ 삼 국 유 사 ’ 기록에 선천촌(仙川村)이라는 마을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 살았는데, 두 사람 모두 풍채와 골격이 비범하고 속세를 초월하는 원대한 포부를 품어서 서로 친구가 되어 좋게 지냈다. 나이가 스물이 되기 전마을의 동북쪽 고개 너머에 있는 법적방에 몸을붙여 머리를 깎고 스 님이 되었다.

 얼마 못되어 서남쪽 치산촌과 승도촌에 옛 절이 있어 옮겨 살만하다는 말을 듣고 가족과 함께가서 살았으나 속세를 떠날 것이라는 생각은 잠시도 잊어 본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흰 빛줄기가 서쪽으로부터 비치는데 빛줄기 속에서 금빛 팔이 내려와 두 사람의 정수리를 어루만지는 꿈을 똑같이 꾸고는, 백월산 ‘무등곡’에 들어갔다.

 달달박박스님은 북쪽 고개에 있는 사자바위에자리를 잡고 노힐부득 스님은 동쪽 고개 돌무더기 밑의 물 있는 곳에 방 한 칸을 짓고 살았다.노힐부득은 미륵부처의 불도(佛道)를 열심히탐구하고 달달박박은 미타부처를 정성스럽게 염불하였다.어느 날 해질 무렵, 자태가 절묘하고 몸에서 고귀한 향기를 풍기는 스무 살쯤 된 어여쁜 아 가씨가 홀연히 북쪽 암자에 이르러 묵기를 청하였다.달달박박은 ‘절이란 깨끗한 것을 위주로 하므로 여인이 가까이 할 곳이 못된다. 그러므로 이곳을 지체하지 말고 떠나라’고 거절하였다. 그여 인은 남쪽 암자로 가서 노힐부득에게 앞서처럼 청하였다. 노힐부득은 ‘이 땅은 부녀들로서더럽 힐 곳이 못 되지만 중생의 뜻을 따르는 것역시 자비로운 보살행을 닦는 일 중의 하나일 것이오. 더군다나 궁벽한 산골 어두운 밤에 어찌괄세를 하리오.’ 하고는 곧 암자 안으로 맞아 들였다.그리고 그 여인이 해산기미가 있어 짚자리를깔아주고 해산 후 목욕을 시켜 달라고 함에, 노힐부득은 한편 부끄럽고 한편 두려웠으나 불쌍한 생각이 더할 뿐이라 다시 함지박을 가져다 놓고 색시를 그 속에 앉히고 물을 끊여 목욕을 시켰다.조금 있자 통속의 물에서 향기가 무럭무럭 풍기고 물이 금빛으로 변하였다.노힐부득이 깜짝 놀라니 그 색시가 말하기를,‘우리 스님도 여기서 목욕을 하시라’ 하였다. 부득이 마지못하여 그 말대로 쫓았더니 갑자기 정신이 상쾌해지고 살빛에 금빛깔이 돌고 곁에 보니 연꽃대좌가 한자리 생겼다.색시가 그를 거기에 앉으라고 권하면서 말하기를, ‘나는 관음보살인데 대사가 크나큰 부처님의 도를 성취하도록 와서 도운 것이요’ 하고 말을 마치고는 사라졌다.달달박박은 노힐부득의 득도를 보면서 ‘내가그만 장애가 많아서 다행히 부처님을 만났지만도리어 좋은 기회를 놓쳤다.’ 라고 후회하였지만곧 노힐부득을 따라 아직 남아 있던 통 속의 물에 목욕을 한 후 역시 부처가 되었고, 둘은 미륵부처님과 아미타부처님으로 되어 엄연히 마주대하였다.노힐부득은 자신이 수행을 잃어버리더라도 불상한 중생을 구제해야 한다는 종교의 본질을 깨달아 부처가 되었다. 그에 반해 달달박박은 노힐부득 보다는 늦게 부처가 되었지만, 종교인으로서 지켜야할 엄격한 수행을 견뎌냈으며 더욱이친구의 깨달음을 인정하고 그를 뒤따랐기에 부처가 될 수 있었다.종교인들에게까지 경쟁이 요구되는 오늘날과같은 시대, 타인의 모범적인 모습을 본받기 보다는 이를 시기와 비판으로 치부하는 우리들에게두 성인의 모습은 뿌리 깊은 불신의 사회에서 나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 (사)신라문화진흥원 부이사장 김호상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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