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4-12-06 오후 04:00:3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18. 산사 찾다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4년 11월 29일(금) 15:53

↑↑ 폐사된 삼정사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내가 아는 산사(山寺)는 거창하고, 유명한 산사가 아니다. 어떤 인연으로 우리 선산 있는 곳에서 50여 미터 더 올라가면 조그만 암자 하나가 있다. 그 곳을 삼정사(三正寺)”라 불렀다. 주지스님이 같은 마을의 보문댁 둘째 아들이다. 어쩌다 선산에 들리면 스님이 선산 앞을 지나치다가 반갑게 두 손으로 합장하여 주었다. 그 곳에 산사가 있는 것을 이러한 연유로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나는 특정 종교의 신자도 아니며, 그러한 곳에 깊은 관심도 없다. 그러나 형들이 고향 지키고 있을 때라 방임할 수는 없었다. 간혹 산소에 들리면 큰형이 그 산사에 건강상 기거하였기에 인사차 들리곤 하였다. 덩달아 봄이면 채소밭 구경 겸 문안차 들리기도 하였다. 여름이면 요사 채가 매우 시원하여 일부러 짬 내어 들리기도 하였다. 가을이면 감, , 채소 등을 얻어 왔다.

우연히 나에게 산사의 현판 제작을 알아봐 달라.”고 하였다. 글 쓰는 동료에게 부탁하여 집자(集字)를 받았다. 목판제작소에 들러 현판을 새겨 그 산사에 갖고 가서 달아드려 보시하였다. 그 후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살았다.

셋째형이 후두암으로 고생하다 다섯 달 만에 기어이 돌아갔다. 큰형도 증세가 같아 겁이 났던지 경대병원에 입원하여 수술 날짜를 잡은 후에 연락 왔다. 그리고 수술하였다. 수술이 잘 되었다고 집으로 갔다. 수술 달포 만에 후유증으로 위독하다기에 집으로 찾아가니 산사에 있었다. 그때 누나매형들, 형님형수들이 많이 찾아와 있었다. 며칠 후에 그렇게 큰형도 그 산사에서 돌아가고 말았다.

산사는 인연으로 자주 찾았는데 큰형 돌아가고 난 후부터는 이래저래 찾기도 뜸해졌다. 그 산사에도 사세(寺勢)가 기울어져 가난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되자 산사는 폐사되고 말았다. 한편으로 모처럼 종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가 그만 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선산 찾아가면 섭섭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다. 폐사는 엄습한 곳으로 바뀌고, 사람이 거주하지 않은 곳으로 변하였다. 낮이라도 혼자 그 앞으로 오르기가 겁내한다. 막연한 생각이거나 비종교인으로서 비록 암자라 하더라도 산사 찾으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 남 혹은 신에게 의지하려는 손톱만치도 없으면서 기울어지는 경우가 생길 법한데 그만 그렇게 나는 종교와 끝나고 말았다.

구릉지 밀개산에 산사가 있었다. 그 후 주지스님도 딴 곳에서 이사 가서 돌아갔다고 전해 들었다. 인간 삶의 그 끝은 어디인가? 고향에 산사 있어 나이 듦에 귀의(?)하려 하였으나 펑 뚫린 푸른 하늘만 보인다. 알량한 나의 뭔가 사라졌다. 산사는 공기 좋은 산 속에 있어 찾을 만하다 생각하였다. 지금도 그 산사에는 아무도 없다. 그렇게 작은 인연이 끊어졌다. 산사는 음험하게 혼자 남았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천군동(千軍洞)은 도시개발사업으로 옛동내는 없어지고 새로운 ..
'2025 경주 APEC 지원 특별법' 국회 통과 찬성 98..
경주·울산·포항, 해오름동맹광역추진단 내년 1월 공식 출범..
경주시, 2024 K-ESG 경영혁신 대상 수상..
경주시 땜질식 민원 대응, 졸속행정 비판 받아..
페루 방문 통해 APEC 성공 개최 기반 마련..
‘2024 윈터포차 라이트 in 경주’ 축제, 관객들 호평..
경주가 전국 최고 명품 유소년 스포츠 도시로 ‘우뚝’..
외동서 트럭 6중 추돌사고 발생, 5명 병원 이송..
주낙영 시장, 시정연설 통해 내년 시정 운영 청사진 제시..
최신뉴스
경주만의 인구 증가 대책 없나···출생율 전략 수립 ‘절..  
주낙영 시장, 성과 중심의 실질적 시정 운영 강조..  
백번광고, 대한민국 옥외광고대상 ‘행안부 장관상’ 수상..  
경주시, ‘현곡 라원지구 배수 개선사업’ 본격 추진..  
경주시-체코 트레비치, 자매도시 격상 논의..  
‘경주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동국대WISE캠퍼스, 한성익 교수 단독저자 논문 게재..  
경주 사료작물, 전국 최고 품질 조사료 ‘입증’..  
경주시, APEC 2025 KOREA 경주 디자인 공모전..  
경주시, 경북도 새마을운동 읍면동 평가 ‘우수상’ 수상..  
경주시, 황남동 고분군서 드론 아트쇼 개최..  
주낙영 시장, 겨울철 수도시설 동파 방지 대책 주문..  
경주시, 가족돌봄청년 집중 발굴에 ‘앞장’..  
경주시, 동절기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확대 시행..  
경주시, 겨울철 안전사고 예방 총력..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