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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충성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3월 03일(월)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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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재상인 조고(趙高)는 숙청을 통해 실권을 잡았다. 그는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고 말이라고 했다. 황제가 좌우의 신하에게 말인지 사슴인지를 물었다.
조고에게 아부하느라고 말이라고 대답한 신하가 있었으며, 사슴이라고 직언한 자도 있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했던 신하들을 뒤에 누명을 씌워 모두 죽여 버렸다. 그 후론 아무도 조고에 대어드는 반대자가 없었다. 비(非)를 이(理)로 억지 부린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이다.
또 한 이야기는 옛날 어느 외진 시골에서 시집가지 않은 처녀가 아이를 낳게 되었다. 부모는 집안 창피라며 펄쩍 뛰면서 상대방 남자가 누군가를 추궁하자, 딸은 뒷 절의 스님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마을사람들이 평소에 받들어 모시는 스님이라고 하면 자기가 저지른 실수가 그만큼 용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 그런 대답을 한 것이다.
딸이 아이를 낳자 부모는 뒷 절에 찾아가 갖은 욕설을 퍼붓고 네가 만든 아이니 네가 기르라고 갓난아이를 내동댕이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스님은 욕이란 욕은 다 들으면서도 변명을 하지 않고 그 갓난아이를 자기 손으로 키웠다. 일 년 후 처녀에게 아이를 배게 하고 떠났던 남자가 돌아와 뒷 절을 찾아가 스님에게 깊이 사과하고 성장한 아기를 받아 가지고 돌아갔다.
그 후 마을사람들이 그 스님의 높은 덕을 더욱 숭앙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는 억울한 누명은 언젠가는 풀리고 만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경주시청의 한 공무원(7급)이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경주지역에 폭설이 내려 건물 붕괴 위험이 있다면서 제설작업을 전화로 독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가 ‘아니라’고 번복했다.
마우나오션 리조트 직원이 그런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경찰의 재차 조사에서 말을 바꾼 것이다.
윗사람의 지시가 있었는지 본인 스스로가 거짓말을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일로 경주시 공직자들에 대한 자질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아부 아첨이란 나쁜 줄 알면서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선 마약과 같은 효험이 있는 것이다.
낚시터에 방뇨를 한 이승만 대통령에게 모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이 한때 유행어가 됐다. 아부 아첨도 도를 지나치면 그야말로 과잉충성이 된다. 이번 경주시청 공무원의 경찰 거짓 진술이 과잉충성에서 나왔다면 공직사회가 각성해야 한다.
충성이란 떠들썩하게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생색안나게 묵묵히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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